[줌인]송영무 국방장관이 기무사 개혁 밀어붙이는 이유는?

국방부, 기무사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
일각에선 송영무 장관 지시설 '솔솔'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기무사와 '악연'
기무사 개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돼야
  • 등록 2018-07-09 오후 8:00:00

    수정 2018-07-09 오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는 지난 해 9월 13일 국방부 본부 지원 기무부대를 축소시키고 이를 합동참모본부 지원 기무부대와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같은 달 29일에는 군 인사정보와 동향 파악 등을 담당하는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본부의 1처를 해체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취임 두 달만에 이뤄진 조치들이다. 이석구(육사41기) 기무사령관은 지난 해 8월 말 부임했다. 물리적으로 개편안을 만들기 부족한 시간이다. 송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기무사 개혁을 밀어붙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방개혁 2.0’ 수립 과정에서 조직의 변화가 이뤄진 곳은 기무사가 유일하다.

과거 청산에 발목잡혀 개혁 동력 상실

이 사령관은 정기인사 때도 아닌 시기에 중장이 아닌 소장 계급으로 사령관 직무대리에 임명됐다.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중장 진급시켜 기무사령관에 앉히겠다는 송 장관의 의중이었다. 송 장관의 ‘특명’을 받은 이 사령관은 취임하자마자 ‘고강도 개혁TF’를 꾸려 기무사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출범한 ‘5·18 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와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계속된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TF’를 거치면서 개혁안이 추가돼 4번째 고강도 개혁TF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국군기무사령부 전경 [사진=기무사]
이 과정에서 기무사는 5·18 특조위에 3만7000여 건의 자료를, 댓글 사건 조사TF에는 2000여건의 자료를 넘겨줬다. 여기에 포함된 자료 중 일부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 및 실종자 가족을 사찰한 정황 문건이다. 또 기무사가 작성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당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까지 공개됐다.

문건 공개로 관련 조사가 또 이뤄지면서 기무사 자체 개혁안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국방부는 “기무사 자체 개혁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기무사의 정치개입·민간사찰 근절, 특권내려놓기를 중심으로 기무사의 명칭·조직·규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방위적 조사에 ‘기무사 흔들기’ 의혹도

기무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대해 일각에선 ‘기무사 흔들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무사의 힘을 완전히 빼 더이상 ‘권력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모두 송 장관에게 보고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송 장관의 의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송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과거 정부시절에 있었던 기무사의 불법 정치개입을 확인했다”면서 “2014년 세월호 사고 시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건이 기무사가 세월호 사건 범정부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며 얻은 정보를 정리한 문건일 수도 있는데, 정확한 사실 조사 없이 민간 사찰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기무사는 국민에게 군의 명예를 대단히 실추시켰다”고 쏘아붙였다.

이같은 감정 섞인 질타에는 기무사에 대한 ‘미운털’ 때문이라는 군 내 시각도 있다. 당초 송 장관은 기무사령관에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육군 출신 수장을 앉히려 했다는게 정설이다. 실제로 모 해병대 장군이 다음 보직이 없어 전역할 예정이었지만, 해군 정책연구위원으로 보직발령을 받아 임용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육사 출신 육군 장군이 발탁됐다. 게다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된 송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 중 일부가 군사기밀을 근거로 하고 있어 기무사 등 군 수사기관을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바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일 국방부에서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구조상 정권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

기무사도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 기무사는 기본적으로 국방장관이나 청와대 등 정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기무사의 정치 관여 의혹이나 세월호 관련 TF 활동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들이었기 때문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군의 속성상 기무사가 상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기무사령관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지휘체계 문란일 수 있지만 청와대 하명이 있으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

특히 기무사령부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규정된 조직이다.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장경욱 기무사령관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의 인사 난맥상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나 6개월 만에 쫓기듯 퇴임했다. 또 100기무부대장과 기무사 참모장 및 2부장 등 장군들도 인사 조치됐다.

기무사도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다른 권력기관과 같이 국회통제를 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원의 경우 국회에 수시로 보고하고 통제를 받지만 기무사는 정기국회 때만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한 번 보고하는게 전부다. 국방장관이나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가 있어도 드러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가 수시로 국방위와 정보위에 대공 관련 정보나 조직운영 사항을 보고하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기무사가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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