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둔촌동과 고덕동 일대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강동구는 물론 인접 지역인 경기도 하남시 주택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L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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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직장인 황모(35) 씨는 얼마 전 경기도 하남시 한솔리치빌 전용면적 59㎡를 매입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이른바 ‘갭투자’에 나선 것이다. 매매가가 2억 9000만원이었지만 2억 5000만원 짜리 전세를 껴서 황씨가 낸 실투자금은 4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인근 강동구 재건축 이주 수요 때문에 전셋값이 하락할 염려가 없는 데다 실투자금도 1억원 선이어서 투자처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 주공아파트 등 강동구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인접 지역인 하남시 집값 역시 들썩거리고 있다.
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하남시 아파트값은 지난 6월 3.3㎡당 평균 1470만원에서 1478만원으로 0.54% 올랐다. 올해 들어 최대 상승 폭이다. 하남시 아파트값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약보합세를 유지해왔다. 지난 3월에는 3.3㎡당 1465만원에서 1462만원으로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6단지’(880가구)에 이어 593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가 지난달 20일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등 약 7000가구의 이주 행렬이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꼈다.
하락하던 전세값이 강동구의 전세난을 피해 인근 지역으로 넘어온 이주 수요로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엄청난 규모의 이주비까지 지급되면서 풍부한 유동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로 하남시를 주목한 것이다. 가스·수도 등을 폐쇄하고 이주비를 신청하면 조합원들에게는 대지지분에 따라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무상 이주비가 지급된다. 이렇게 풀린 둔촌주공단지의 총 이주비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둔촌동 B공인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거주자 중 75%가 세입자”라며 “조합원 상당수가 이미 거주지가 있는 만큼 지급된 이주비는 인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례신도시 가운데에서 경기도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낮았던 하남시 학암동 일대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학암동 위례신도시 에코앤롯데캐슬의 경우 지난 7월 초만 해도 전용 84㎡형 매맷값이 7억 3000만~7억 4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으나 지금은 7억 9000만~8억원까지 호가가 오른 상태다.
하남시 개발 바람에도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하남 구도심 지역 부동산시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덕풍동 하남자이 전용 59.9㎡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매매가격이 3억 500만원이었으나 7월 들어 3억 2500만원까지 올랐다. 덕풍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하남시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보는 소액 투자자들의 문의가 잦다”며 “갭투자를 고려한 매입 문의가 늘어나면서 한 주 사이에만 가격이 500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신장동 성원상떼빌 역시 같은 기간 가격이 1000만원 상승했다.
문제는 갭투자 세력이 전세난을 피해 경기도로 이주한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갭투자가 늘어나면 당장 전세 물건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시기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