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경력단절여성이 된 김은영(49·가명)씨는 뒤늦게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고배를 마셨다. 직업훈련원에서 기계설계를 배웠는데도 면접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KB굿잡취업박람회를 찾아 다섯 곳의 기업에 면접을 봤고, 결국 한 러닝머신 제조기업 설계팀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가 22~23일 이틀간 일정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막을 올렸다. KB국민은행이 경기도일자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무역협회, 동반성장위원회,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코스닥협회 등 KB굿잡 유관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우수기업 250여개사가 참여해 좋은 인재 찾기에 나섰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몰려 북적댔다. 첫날 특성화고 학생과 대학생,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경력단절여성, 은퇴한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하루에만 1만여 명이 방문했다.
교복 입고, 군복 입고,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층도 행사장 찾아
유난히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군인들이 눈에 띄었다.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특성화고와 제대 후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군부대가 단체로 취업박람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취업준비에 나선 대학생들도 부지런히 부스를 돌며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상담뿐 아니라 1차 면접까지 보는 등 구직 열기가 뜨거웠다.
기업 부스 중에서는 핀테크 기업의 인기가 단연 높았다. 핀테크가 금융 서비스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몰렸다. 개인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직토 부스에서는 구직정보 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된 기기를 살펴보고 체험하는 이들이 많았다. 직토는 지난 5월 KB금융그룹이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에 선정된 바 있다.
코웨이, 유라코퍼레이션, 에프엔에스 등 일반인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기업 부스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이날 참여한 기업들은 입사설명회와 구직상담을 제공하고 일부는 현장면접도 실시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이번 박람회에서 하반기 공개채용을 앞두고 600명을 대상으로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우수 지원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김재하(22·여)씨는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어서 KB국민은행 부스를 찾았다”며 “막연했던 취업 길에 조금이나마 경로가 잡히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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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현장 면접을 준비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해 무료로 면접복장을 대여하는 곳과 이력서를 작성하고 프린트할 수 있는 문서지원공간도 마련됐다.
켈리그라피(손글씨)나 캐리커처를 만들어주는 ‘이미지 캐리커처’,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이력서 사진촬영관’, 재미로 보는 취업운세 ‘취업타로관’ 등도 마련해 단순 정보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재미를 더했다.
자신의 적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적성검사관도 방문자로 가득했다. 뇌적성 검사인 BOSI를 통해 두뇌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성에 맞는 업종을 추천해준다. 5~10분 정도 설문조사를 작성하면 현장에서 4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출력해 즉석에서 상담해준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용섭 일자리부위원장도 이날 박람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 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이 최고의 애국자”라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사람들이 존경받고 칭송받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시작해 이번에 12회를 맞은 KB굿잡 취업박람회는 지금까지 6650여건의 일자리를 주선했다. KB굿잡을 통해 구인에 나선 기업은 1만3000여개에 달하고 제공한 일자리 정보도 5만3000개 수준이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확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