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늘고 물가목표 못 지켜…마지막 2년이 살린 이주열

금리 9번 내리고 5번 올려…2.50%→1.25%
코로나 때 금리 0.50%로 역대 최저로 내려
회사채·무제한 RP 매입 등 새 정책 '긍정' 평가
저금리에 가계빚 1019조→1862조…83% 급증
7년간 0~1%대 물가 머물다 작년 2.5%로 쑥
  • 등록 2022-03-23 오후 7:31:37

    수정 2022-03-23 오후 7:31:3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매파(통화긴축 선호)라고 보기는 어렵죠.”

이주열 총재


외부에선 부총재와 총재 시절을 포함해 11년간 금융통화위원회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295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43년 근무로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 기록을 세운 이주열 한은 총재를 두고 `매파`라고 생각하지만, 한은 내부에선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매파보다는 중립에 가깝고 외부와의 조율을 중요시하는 캐릭터라는 평가다. 또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엔 ‘신중함’이 있다. 신중함이 때로는 뒷북 통화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한편에선 외부와의 조율을 중시하는 성격에 코로나19에 대응한 새로운 정책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너무 신중한 금리 인상에 한 때는 실기론 번져

이 총재는 2014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8년 동안 기준금리를 아홉 차례 인하하고 다섯 차례 인상했다. 그 결과 취임 당시 2.50%였던 금리가 코로나19 당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1.25%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졌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당시만 해도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위축되자 오히려 그 해 8월 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인하기의 시작을 알렸다. 2016년 6월까지 총 다섯 차례 금리 인하로 금리는 1.25%로 내려 앉았다.

그러다 2017년 11월, 2018년 11월 1년간의 시차를 두고 경기 회복세를 믿고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금리 인상 시그널은 일찍 줘 놓고 왜 뒤늦게 올리냐며 실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2018년 금리 인상 직전인 10월엔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금리를 올린 지 8개월 만인 2019년 7월 금리를 또 다시 내려야 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새우등 꼴인 우리나라는 당시 성장률이 2.2%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코로나 위기, 반전 평가 기회…늘어난 빚·물가 안정은 고민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반전이 된 것은 2020년 터진 코로나19 위기였다. 코로나19가 터지자 석 달새 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리며 2020년 5월 금리가 0.50%까지 떨어졌다.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본 따 산업은행 등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V) 설립을 통한 회사채 매입을 실시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뭐라도 내놓으라는 외부의 요구들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출처: 한국은행)


금융시장이 V자로 회복하고 코로나19에 대면서비스업은 망가졌지만 수출은 호조를 보이는 K자 회복을 보였다. 저금리에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 급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작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빚투(빚을 내 투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일찍 시작했던 금리 인상이 운이 좋게도 예상보다 더 큰 물가상승 폭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한은의 제1 목표는 물가 안정인데 이 총재 임기 8년 간 한 번도 연간 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인 2%에 도달한 적이 없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0~1%대 물가 상승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이 망가지자 작년 2.5%까지 올랐다. 올해는 3.1%로 목표치에서 한 발 더 멀어진다. 2016년 물가목표치를 2.5~3.5%에서 2% 단일 목표로 변경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긴 쉽지 않았다. 물가가 목표치에 장기간 미달하자 한동안 물가 흐름과 무관하게 금리는 인상되고 인하됐다.

세월호 참사,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가 번지고 이에 대응해 금리는 수차례 내렸지만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에는 신중하다 보니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이 총재 부임 전인 2013년말, 가계신용 잔액은 1019조원이었는데 작년 말 1862조1000억원으로 약 840억원, 83% 급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9%로, 37개국 중 레바논(120.9%) 다음으로 높았다. 2020년엔 명목성장률이 고작 0.4%에 불과한데 가계신용 증가율은 8.0%에 달했다. 가계빚 증가 원인으로 잘못된 부동산 정책 외에 저금리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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