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없으면 자금세탁 방지에 문제? "굳이 필요없어"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 "거래소 고객확인 의무, 능력 없을 때 도입된 것" 주장
현 특금법, 거래소 외 사업자에 실효성 의문
  • 등록 2021-08-12 오후 6:23:09

    수정 2021-08-12 오후 6:31:0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에 요구하는 은행 실명 계좌 등의 조건이 “자금세탁방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금법 자체도 거래소 위주로 만들어져 거래소 외 다른 사업자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12일 이정문·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실명 계좌가 없으면 자금 세탁 방지에 문제가 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굳이 필요없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법제화’ 관련 온라인 토론회 캡처


그러면서 “실명 계좌 조건이 도입한 건 특금법 개정 전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 확인 의무도, 능력도 없었을 때”라며 “국제 자금세탁 기준을 보면 은행은 고객의 고객에 대해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경우 위험을 측정하란 권고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초기 거래소가 관리 능력이 없으면 은행이 대신 해줘라며 간접 규제 형태로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둔 법안이다.

정 협회장은 “특금법에서 실명 계좌를 강제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윤창현 의원이 최근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 내용대로) 가상자산 전문은행제를 도입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특금법 유예 기한 종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업자 신고를 한 곳은 없는 상태다. 혹시 모를 사고 위험에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이 사업자 신고의 핵심 요건인 실명 계좌를 내주기를 꺼리는 탓이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윤 의원의 서면 질의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답변을 보면 실명 계좌를 발급했을 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단 답변이 있었다”며 “은행들이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거래소 외 다른 사업자에는 맞지 않는다며 특금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가상자산 업계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있는데 특금법은 너무 획일적”이라며 “자금세탁 위험성이 낮은 비거래소 분야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것인데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 법처럼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이사는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해외에선 유수의 기업이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데 한국에선 일부의 잘못을 갖고 전체 산업을 부정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미래 가치를 볼때 지금부터라도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특금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업권법이든 산업법이든 새로운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며 “특금법과 산업법이 상호 보완되며 규제, 투자자 보호, 육성이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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