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계좌발급 가능해지나…핀테크·금융권 “전금법 개정 시급” 한목소리

여야 합심해 토론회 개최…“조만간 법안소위에 상정 추진”
종지업자 여수신 금지…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 필요없어
"빅테크 특혜법 아냐…예대마진 얻을 수 없어 새 수익모델 필요"
후불결제 도입에 카드사도 공감…“30만원 한도면 괜찮을 것”
금융위 "국회 논의 전에 외부청산 관련 ...
  • 등록 2021-06-17 오후 5:45:57

    수정 2021-06-17 오후 9:27:16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주최로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의 미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토론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최정록 세틀뱅크 상무,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이사,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 유태현 신한카드 상무,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제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카드사도 계좌발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과 야당, 정부 모두 전금법 개정안을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빅테크 특혜법을 주장했던 금융권도 종합지급결제업, 후불결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주요 쟁점이 됐던 종합지급결제업 관련 `여·수신 기능`이 주어지지 않기에 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후불결제를 반대했던 카드사도 선불충점금액의 부족분에 한해 30만원 한도에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여야 합심해 토론회 개최…“조만간 법안소위에 상정 추진”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주최로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의 미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토론회를 진행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금법은 지난 2006년 전자결제는 물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라 지난 15년 간의 기술 변화와 핀테크 산업 발전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법을 가지고 디지털 금융을 얘기하는 자체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윤관석 의원이 발의했지만 금융권과 핀테크, 금융위와 한국은행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7개월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 여당이 합심해 토론회를 열고 관련 업계의 의견까지 수렴한 만큼 이달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욱 의원은 “조만간 야당 정무위 간사가 정해지면 법안소위에서 다룰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지업자 여수신 금지…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 필요없어

종합지급결제업이 도입되면 네이버·카카오 등 비은행 사업자에도 계좌발급을 허용해 해당 계좌를 이용해서 급여이체, 카드대금 및 보험료 납부 등이 가능해진다. 카드사의 경우 종합적인 결제와 지출관리를 통해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고유 기능이었던 계좌발급 권한까지 내주게 되는 상황이라 거세게 반발해왔다. 계좌발급을 허용하면 빅테크에도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 교수는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원칙 관점에서 동일기능이 맞느냐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은행과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여수신 기능의 차이가 있다”며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여수신이 철저하게 금지되고, 이용자 예탁금은 별도로 예치돼 마음대로 운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이사도 “빅테크 특혜법이라고 하지만, 외부청산 의무화 등 오히려 빅테크에 강화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은행처럼 예대마진을 얻을 수 없기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특혜라고 논하기는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에서도 종합지급결제업 등의 도입은 전금법 개정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시대적 흐름이라고 인정하는 의견이 나왔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은 “디지털화 추세와 IT기업의 도전은 유통, 통신 등 다른 분야에서도 겪은 상황으로 금융업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도 “비금융 데이터를 가진 빅테크와의 경쟁은 금융권 입장에서도 벅차다. 개정안과 시행령에서 구체화를 통해 공정 경쟁을 위한 커다란 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불결제 도입에 카드사도 공감…“30만원 한도면 괜찮을 것”

후불결제도 소액으로 제한되고 할부,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이자수취 등이 금지돼 신용카드와는 차이가 있다. 김지식 이사는 “전금법 개정안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빅테크 업체들이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씬파일러에게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드사를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유태현 신한카드 상무도 국민의 결제 편의성 측면에서 후불결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신용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지금의 개정안에 담긴 내용대로 제한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체크카드에 후불 한도를 부여한 하이브리드 서비스의 경우 일반 신용카드 대비 연체율이 4~5배 높다”며 “하이브리드 서비스 이용금액도 월 7만~8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현재의 30만원 한도 내에서 운영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도 담겨있다. 최소자본금 요건을 1억5000만원으로 낮췄고, 충전식 선불결제와 달리 가맹점 네트워크 구축비용도 경감되기에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전금법 개정안 관련 설전을 벌였던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업체의 외부청산 업무는 금융결제원이 담당하는데,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권한을 두고 금융위와 한은이 서로 자기의 영역임을 주장해왔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한은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국회 논의 전에 최대한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최종 합의가 안 되더라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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