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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은행 점포가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의 목 좋은 곳 상가건물 1층에 자리 잡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최근 은행 점포 중에는 1층에는 작은 공간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을 두고 고객을 대면해야 하는 창구는 2층에 위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019년 말 4640개에서 작년 말 4424개로 216개나 줄었다. 2018년 38개, 2019년 41개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점포 수가 1121개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972개, 신한은행 859개, 우리은행 821개, 하나은행 651개 순이다.
연말 명퇴 이어 점포도 구조조정
5대 시중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으로 경쟁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면서 점포 구조조정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근거리 영업점 20곳을 통폐합하고, 신한은행도 서울 용산 원효로지점, 서울 종로 함춘회관 출장소, 부산 해운대구 신한PWM해운대센터 등 3개 점포를 폐쇄한다. 하나은행도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영업점을 통폐합해 점포 2개를 줄인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점포 구조조정에 앞서 인력감축을 시행했다. 지난해 연말 명예퇴직에서 일부 은행은 40대까지 신청을 받으며 인력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285명이 회사를 떠났다. 농협은행은 지난 11월 말 진행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496명이 퇴직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진행한 희망퇴직에 460여명이 몰렸다.
은행권에서는 올해초 예정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명예퇴직자를 합치면 5대 시중은행에서 2000명이 넘는 은행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들은 점포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도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영업점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면채널이 역량 강화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금융진출이 활발한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등의 경쟁에서 대면채널이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 내외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영업점간 협업체계인‘VG(같이그룹, Value Group)’ 제도를 도입했다. 거점점포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을 하나로 묶어 공동 영업,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영업점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휴가·연수 등으로 다수의 결원이 발생하는 영업점에는 같은 VG에 속한 영업점간 상호 인력지원을 통해 내점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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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증권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사인 KB증권과 한곳에 위치한 ‘WM(자산관리) 복합 점포’를 확대해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고객도 영업점을 직접 찾을 필요가 줄어들면서 각 지역 환경에 맞게 점포 형태를 다양화하거나 특색 있는 점포를 선보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