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하나 남았었는데"…'구급차 사망' 유족, 택시기사 추가 고소(종합)

[이데일리 손의연 이용성 기자] 접촉사고 후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택시기사에 대해 피해자 A씨 유가족이 9개 혐의를 더해 추가 고소에 나섰다. 유가족 측은 경찰에 A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철저한 보강 수사를 요청했다.

택시기사가 구급차의 응급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사건의 피해자 A(79)씨 사망진단서.

A씨 유가족은 30일 최모(31)씨에 대해 살인·살인미수·과실치사·과실치상·특수폭행치사·특수폭행치상·일반교통방해치사·일반교통방해치상·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등 9개 혐의를 더해 강동경찰서에 추가 고소했다.

지난달 8일 서울시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최씨가 폐암 4기 환자였던 피해자 A(79)씨가 탄 구급차를 막았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A씨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고 이 사건은 공분을 일으켰다.

고소장에 따르면 “(유족들은) 당시 응급실 간호사로부터 10여분 차이로 음압 격리병실에 입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A씨는 1시간 반을 구급차에서 기다리다 입원했지만 결국 숨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고소장에는 “사건 당시 A씨를 태운 구급차가 20분을 달려 응급실 도착을 500m 남겨 놓고 한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했다”며 “1차선 도로 뒤에서 피고소인(최씨)은 구급차를 보고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행해 구급차의 후미를 들이받아 추돌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구급차 기사는 A씨가 위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송한 후 교통사고 처리를 해주겠다 했지만 최씨는 ‘자신이 책임진다’며 구급차 뒷문을 열고 내부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A씨의 사인이 위장관 출혈이기 때문에 이송 시간이 지체돼 ‘골든타임’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참본의 이정도·부지석 변호사는 “고인의 사망 원인은 폐암이 아니라 ‘위장관 출혈’이고 이는 피고소인의 고의적인 이송 방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피고소인의 고의 환자 이송방해 행위로 A씨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에 의학전문가 등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족 측은 경찰에 △A씨의 응급실 이송이 10여분 넘게 지연돼 상태가 더욱 위중해졌는지 △당시 약 10여분 차이로 음압병실에 입원하지 못했음이 사실인지 △A씨가 10여분 차이로 병실을 놓쳐 1시간 30분 대기하는 동안 상태가 위중해졌는지 △A씨의 직접사인인 위장관 출혈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초래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정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