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은 앞으로 3년간 KB금융그룹을 확실한 리딩뱅크로 올려놔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 은행장 분리를 결정한 만큼 ‘KB사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 선임될 은행장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첫 연임 회장 탄생…잔혹사 끊었다
KB금융지주 확대 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26일 3차 회의를 열고 지난 회의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한 윤 회장에 대해 심층평가를 진행한 결과,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3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확대위 위원들은 중장기 경영전략, 디지털 시대의 대응 방안, 시너지 강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안정화 및 후계자 양성, 조직 통합 및 기업문화 구축, 노사관계, 은행장 분리 여부와 계열사 경영관리 방안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KB금융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주요 주주와 직원, 노조 등 이해관계자 의견도 함께 보고받고 다면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윤 회장이 차기 회장 적임자라는 데에 의견일치를 이뤘다. 확대위는 29일 제4차 회의를 개최하고 법령에서 정한 임원자격요건 심사 절차를 거쳐 윤종규 후보를 이사회에 회장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윤 회장은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다.
외풍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속은 곪을 대로 곪았고 이 고름이 터진 게 바로 2014년 ‘KB사태’였다. 이를 계기로 당시 내부 출신으로 분류된 윤종규 회장이 선임됐고, 임기 동안 경영승계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더이상 KB금융은 낙하산 인사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었다는 평이다.
깔딱 고개에 있는 KB…정상 안착이 과제
윤 회장은 취임 후 조직을 추스르고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놨다.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통해 조직운영의 효율성도 높여놨다. 패배감에 젖어 있던 KB금융 직원들의 사기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 결과 KB금융은 지난 2분기(4∼6월)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981억원 차이로 앞지르면서 지난 2015년 1분기(1∼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윤 회장은 이날 면접에서 “디지털화 등 금융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하고 글로벌화를 강화하는 한편 그룹 내 시너지를 높이겠다”며 “중금리 대출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 창업·벤처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것 역시 숙제다. 이번 회장 인선에서 KB금융 계열사 노조협의회(노협)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윤 회장의 후보사퇴를 요구해온 만큼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노협은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규정 개정,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이 담긴 주주제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동안 윤 회장이 겸임해왔던 국민은행장직을 분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장과의 관계설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KB사태’를 한번 겪은 KB금융으로서는 조직 차원에서 회장과 행장 간 불화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 때문에 윤 회장과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는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확대위는 은행장 후보에 대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과 리더십을 축적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박지우 KB캐피탈 대표, 윤웅원 KB국민카드 대표 등 계열사 대표와 박정림 KB금융 부사장, 허정수 KB국민은행 부행장, 이홍 부행장 등 내부 인사들이 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금융기업은 경영능력과 성과만으로 경영진을 선출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KB 사례는 특히 정권교체 후 정치적 영향력이 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차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