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연말부터 청년과 무주택자를 위해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한 주택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주요 광역시 등 규제지역 내 ‘노른자 땅’ 위에 짓는 중·소형 아파트와 주택에 대해서도 추첨제 청약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청년층이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다만 청약에 당첨되는 사람이 소수이다 보니 역차별 논란도 일 전망이다.
정부는 26일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과 무주택 서민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
가장 눈에 띄는 건 청약 제도 개편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규제지역 내 일반분양 추첨제 청약을 확대한다. 부양가족 수·무주택 기간 등을 따지는 가점제 청약에서 불리한 ‘MZ세대’ 청년층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단기 투자수요를 막겠다며 추첨제를 대폭 축소한 지 5년 만에 확대로 돌아섰다. 현재 전용면적 85㎡ 이하는 투기과열지구에선 당첨자 100%, 조정대상지역에선 75%를 가점제로 선정하지만 앞으론 전용 60㎡ 이하는 60%, 60~85㎡는 30%를 추첨제를 적용한다.
중소형 주택에서 추첨제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전용 85㎡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가점제 물량을 확대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전용 85㎡ 초과 일반분양 주택은 가점제 비율이 각각 50%, 30%지만 앞으론 80%로 높아진다. 추첨제 물량 확대로 가점이 높은 중·장년층 당첨 확률이 줄어드는 걸 고려해서다.
시세보다 30% 저렴하게 공공주택 공급
|
선택형 공공주택은 6년 동안 주택을 임대한 후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이다. 분양전환가는 ‘입주 당시 추정 분양가와 분양 시 추정 분양가를 평균한 값’으로 정한다. 분양을 선택하지 않아도 최장 10년간 거주를 보장한다. 분양가 대출 조건은 나눔형과 같다. 총 1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새로 개편한 공공주택 사전청약을 받을 계획이다. 나눔형으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900가구)·강서구 마곡 10-2단지(260가구)·송파구 위례 A1-14블록(260가구) 등이다. 선택형 공공주택으론 경기 부천 대장지구(400가구)와 고양 창릉지구(600가구) 등이 사전청약을 받는다.
|
일각에선 이번 대책을 MZ세대 소수 청약 당첨자를 위한 ‘로또’라고 비판한다. 추첨제를 확대한다고 해도 그만큼 전반적인 주택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그 혜택을 소수만 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약 전문가인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청약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청년층엔 큰 혜택이지만 오히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착실히 가점을 쌓아온 중·장년층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중·대형 주택 가점에 물량을 확대하긴 했지만 가점제 총량이 줄어들었을뿐더러 중·대형 주택은 분양가도 비싸다. 대출 규제 때문에 분양가 마련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최대한 청약을 많이 넣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국토부 관계자는 “(청년층에게) 그냥 돈을 모아서 지금까지 자산을 힘껏 축적해 놓은 40~50대와 무한경쟁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직 자산 축적을 하지 못한 청년 세대가 사회의 힘을 빌려 자립의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