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국내외 스포츠 `올스톱`…영세 복권방은 웁니다

코로나19 전세계 확산에 국내외 스포츠리그 중단
스포츠토토 판매도 멈춰…영세 복권방 생계 `막막`
복권방 8% 사회적약자에 우선 배정…충격 더 커
사행성사업이라며 정부 코로나 지원서도 제외
"생계 이어갈 대책은 마련해줘야"…국민청원도 등장
  • 등록 2020-03-18 오후 5:42:20

    수정 2020-03-18 오후 5:42:20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유준하 기자]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박정필(가명·61)씨는 손님용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끄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발매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손님들이 베팅하기 전 경기를 검색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전기료 조차 아까워 다 꺼놓고 있다”며 “당장 가게 임대료가 걱정되는데다 스포츠토토 재발매가 언제일지 기약도 없어 암담하기만 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복권방. 손님들이 스포츠토토에 베팅하기 전 경기 정보를 찾고자 사용하는 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전 세계 스포츠 멈추자 ‘영세 복권방’은 눈물

코로나19 확산 탓에 전 세계 스포츠 리그·대회가 연달아 멈추며 스포츠토토 발매가 중단됐다. 이를 판매하는 영세 복권방들도 졸지에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스포츠토토만 취급해왔던 복권방은 아예 휴업에 들어갔고 로또·즉석복권도 함께 파는 곳은 매출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복권방 운영업자들 중에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상당수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3월 말 예정이었던 국내 프로축구·프로야구가 개막을 연기한데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프로배구와 농구까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리그를 멈추자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지난 14일부터 스포츠토토 발매를 일시 중지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과 북미가 코로나19 패닉에 빠진 가운데 유럽축구 5대 리그인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리그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지난 12일엔 미국 프로농구(NBA)가 리그를 멈췄고 미국 프로야구(MLB)도 개막전을 미뤘다. 유럽축구연맹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를 1년 연기해 개최키로 결정했다.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의 한 복권방 문에 ‘스포츠토토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이른바 `로또 명당`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아닌 일반 복권방 점주들은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박씨는 “로또 팔아 임대료를 내고 토토 팔아 생활비에 썼는데, 생활비가 말 그대로 0원이 된 상황”이라며 “슈퍼마켓처럼 다른 품목이라도 팔면 모르겠지만 달랑 복권만 파는 우리 같은 가게들은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동네 골목에 자리한 소규모 복권방은 평소 스포츠토토 수수료 매출이 높아 더 울상이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월 수익 중 70% 정도가 스포츠토토에서 나왔다”며 “다른 자영업자들도 힘들다고 하지만, 복권방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그냥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애초 스포츠토토 판매점 선정 때 일정 비율을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대상에 배정한 탓에 이들에겐 충격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전체 판매점 중 8%가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서울 동작구의 한 복권방 점주는 “전 세계가 큰일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생계를 이어갈 대책은 마련해줘야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자금 지원제외’에 막막…대책 마련 요구

더구나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정책자금을 확대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복권방 점주들에겐 이 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복권판매업은 정책자금 지원 제외 업종이기 때문. 사회 취약계층에 해당돼 복권방을 차렸는데 정작 정부 정책자금 수혜를 입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서울 영등포구 한 복권방 점주인 김모(52)씨는 “정책자금 지원이 안 되면 결국 신용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차별 받는 느낌이 들어 서글펐다”고 성토했다.

복권방 점주들의 호소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스포츠토토 판매점 점주라고 밝힌 이가 “점주들이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판매점 생계유지를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점주들은 스포츠 리그·대회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막막하기만 하다. 외국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중구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이르면 다음 주 일부 스포츠 경기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마저도 확실치 않아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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