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 조치가 시행되자 지난달 킨텍스에서 오픈한 MBC 건축전시회는 개최 2시간만에 참가사와 방문객을 내보내는 등 전시 역사상 유래가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유아용품 전시회 베페의 경우 주최자는 물론이고 영업준비를 모두 마친 참가사들이 오픈 전날 밤10시에 전시회 봉쇄명령을 전달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반면 독일에서는 9월 초 철저한 방역 하에 순수 오프라인 전시회인 카라반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특히 전시장내에서도 거리두기, 부스내 시설 소독, 제한된 인원만 온라인 등록 후 입장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방역조치들이 진행되었지만 진성바이어들의 방문으로 참가사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독일전시회의 홍보가 주요 업무인 우리 회사한테 한국에서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불편할 건 없다. 또 비즈니스적으로도 우리 회사에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전시회다운 전시회가 없었던 30년 전부터 쭉 한국전시산업의 발전을 지켜 본 나로서는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2008년부터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발전을 도모하여 무역진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이라는 취지로 전시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한국의 전시산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런데 해당 산업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산업전시회가 요즘 방역수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걸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산업전시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독일의 전시산업에 대한 이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독일의 방역수위가 위험 수준이었던 지난 5월 31일. 휴교, 유럽내 이동 불가 등 소규모 집회조차도 금지된 상황에서 유독 산업전시회만 집합금지에서 제외됐다.
판매부스가 다닥다닥 붙어서 마스크, 열체크, 손소독 등 제한적 방역만 가능한 백화점, 아울렛, 마켓 등은 괜찮고 아예 처음부터 방역에 근거한 전시회 레이아웃 계획이 가능한 이런 산업전시회는 안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또 중소제조사가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소매점을 만나거나 최종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이러한 산업전시회의 개최를 무조건 봉쇄하는 건 산업전시회의 존재 이유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발전을 도모하여 무역진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산업발전법의 취지가 다시 한번 되새겨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