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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중국 측은 시진핑(사진 왼쪽) 국가주석의 방미(訪美)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관세 철폐’라는 실익만 거둔다면 형식은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으로서도 ‘1단계 합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거래다. 최근 중국 측이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낸 가운데 미국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양국 간 합의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中 “美 관세 철폐 땐 시진핑 訪美 가능”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 소식통은 “1단계 합의에는 관세 철폐도 포함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 철폐 조처를 하면, 중국 역시 대미(對美 ) 관세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111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15%의 관세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양국의 관세 철폐가 단계적으로 이뤄질지, 한꺼번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무역협상에 정통한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 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에 양국이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같은 비율로 기존의 관세를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중국 측이 동시다발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관세 철폐에 목을 매고 있는 중국은 대신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합의문에 서명하는 방안을 대가로 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거래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아이오와주(州)에서 (서명) 할 수 있다”며 감춰진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아이오와는 미국 내 최대 대두·옥수수 등의 생산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이다. 이곳에서 서명식을 개최하면 내년 재선의 발판으로 불리는 핵심 지지층의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계산이다.
최근 홍콩의 폭력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측이 관련 법 체계를 보완, 홍콩에 대한 통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간 서방의 눈치를 봐오던 중국 측의 ‘강경 일변도’ 배경에 미국 측의 ‘묵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슈가 중국으로선 호재가 된 셈”이라며 “무역합의와 홍콩사태에서 실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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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1단계 합의 서명이 마무리되면, 향후 2단계·3단계 합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국을 방문 중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번 (1단계) 협상은 주로 현시점의 무역 이슈를 논의하는 것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대두 같은 것들”이라며 “우리가 1단계 합의를 타결한다면 이는 종착점(최종 합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안도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무역합의 기대감이 극대화하면서 시장은 크게 반기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0.52포인트(0.11%)와 1.48포인트(0.02%) 상승한 2만7492.63과 8434.68에 장을 마감,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위안화 환율이 3개월 만에 장중 1달러당 6위안대를 회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께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9972위안에 거래됐다. 전날 같은 시간 7.0124위안보다 0.0152위안 하락한(위안화 가치 상승) 것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위안 기준환율도 7위안선 코앞까지 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7.0080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장 대비 0.43%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