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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세분화해 기존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21일부터 공포, 시행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21일 이후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을 하는 주택사업자는 입주자 모집공고 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62개로 쪼개 공시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은 21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을 유도,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북위례’부터 적용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공공 아파트는 61개, 민간 아파트는 7개 항목에 대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원가 공개 항목이 12개로 크게 줄었고, 2014년에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의무가 폐지됐다. 이번에 다시 공공 아파트 62개로 공개 의무가 확대된 것이다.
개정 전 공개 항목은 △택지비(택지공급가격·기간이자·기타비용) △공사비(토목·건축·기계설비·기타공종·기타공사비) △간접비(설계비·감리비·부대비) △그밖의 비용으로 총 4개 구분, 12개 항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부 필수 공개 항목이 총 64개로 늘어난다. 특히 토목, 건축, 기계설비 등 공사비에 해당하는 항목이 각각 10~20여개 항목으로 쪼개졌다. 가령 ‘건축’은 공통가설공사, 가시설물공사, 지정 및 기초공사, 철골공사, 철근콘크리트 공사, 용접공사, 조적공사 등 23개 항목으로 세분화됐다.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 왔던 시민·사회단체는 건설사들의 폭리를 줄여 분양가 하락과 함께 집값 안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 확대 약속을 지켜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62개 항목은 지난 2007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당시 공개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수준이다. 공사비 원가 자료 공개 항목을 더욱 확대해 투명하게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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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A건설업체 관계자는 “공개 항목이 62개 항목으로 늘어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디테일하게 짜맞추는 막대한 인력이 별도로 필요하고 그에 따른 비용이 또 추가될 것”이라며 “분양가 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원가 공개를 꺼리는 건설사들이 분양을 줄이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공사 과정에서 창호나 새시 같은 인테리어 자재는 가구수가 1000가구인지, 5000가구인지에 따라 단가가 정해지는데 같은 브랜드의 자재를 왜 다른 가격에 썼느냐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공개 항목이 늘어나 오히려 잦은 민원제기로 역효과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양가는 공사비보다 택지비에 더 크게 좌우되는데 공사비 항목만 공개수를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도 있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을 보면 택지비 항목은 ‘택지공급가격’, ‘기간이자’, ‘그 밖의 비용’ 세 개에 ‘필요적 경비’ 하나만 추가됐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분양가를 형성하는 요소는 택지비가 60~70%이고 공사비가 30~40%인데 땅값은 가만히 두고 공사비 항목만 더 공개한다고 가격이 잡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 오르고 충분하면 내리는 것인데 분양원가 공개는 오히려 주택 공급을 줄여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도 결국에는 주변 시세를 따라가게 돼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 확대 등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