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놓고 다른 목소리내는 여권 중진들..'자기정치' 비판도

송영길, 신한울원전 재개 놓고 청와대와 각 세워
우상호·박영선, 무소속 복당 불허 결정에 우려 표명
그동안 참았던 중진들, 총선 앞두고 목소리 내기 시작
  • 등록 2019-01-15 오후 5:38:05

    수정 2019-01-15 오후 5:38:05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해찬 대표 취임 후 내부 이견이 없었던 여당에서 이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취임 초기부터 ‘원팀’을 강조했지만 새해 들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공식입장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영길, 정부 뜻과 배치되는 ‘원전 재개’ 주장해 논란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신한울 3·4기의 공사 재개를 주장했다.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한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후 당 내부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 진화에 들어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송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산업 일자리 유지 조화를 위한 충심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청와대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국리총리 훈령을 살펴보면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한정 집중된 위원회이지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공식의제로 되는 조항은 없다”며 “실제 집중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언제나 자기의견이 부족하고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대방의 의견도 옳으면 수긍할 용기가 있을 때 민주주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자신의 의견을 지적한 당내 인사들과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박영선, 무소속 입당 불허에 민주당의 ‘순혈주의’ 비판

또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입·복당을 불허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4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정치 세력의 일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올 수 있는데 이번 복당 불허의 근거가 너무 세서 지난번 총선 때 우리와 다른 진영에 있던 어떤 사람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는 “저희가 열린우리당 만들 때 당시 한나라당에서 독수리 5형제까지 받아들였던 정당인데 개혁을 위해서라면 문호를 열 수도 있는 것”이라며 “지금 아예 강하게 닫아 놨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수리 5형제’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우재·이부영·김부겸·안영근·김영춘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박영선 의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의 ‘순혈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며 “지금부터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혈주의는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과 포용에 늘 무릎을 꿇었다”며 “로마가 천년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곧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했다. 박 의원이 거론한 순혈주의는 ‘친문만 내편’이라는 민주당 주류세력의 시각을 빗댄 표현으로 보인다.

당내 3·4선인 중진 의원들이 이견을 표출하는 것에 당 지도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중진의원으로서 개인적 소신을 얘기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한다”며 “당내 이견이 밖으로 표출되면서 분열 조짐이 있는 것으로 보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진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내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참아왔던 중진 의원들이 문 정부 집권 3년차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해찬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내부 이견이 잘 관리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제는 이런 부분이 잘 작동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또 총선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이 정부, 당의 공식입장과 다른 자기 의견을 내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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