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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얼어붙었다더니…지수는 역대 둘째로 높아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 원인으로 ‘소비 위축’을 지목했다. 실제 소비가 위축되는지 모르겠다는 기자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최근 소비가 당초 우려보다 조금 나아졌다는 정도지, 호조까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가 가리키는 사실과는 좀 다르다.
통계청은 국내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약 2700개 사업체의 소매 판매액을 조사해 이 지수를 구한다. 상품을 팔았다는 것은 곧 누군가 상품을 소비했다는 의미다. 통계청 소비지수는 한은과 달리 서비스 판매액을 포함하지 않지만, 지수 흐름은 대체로 비슷하다.
2010년을 기준(100)으로 구한 소비지수가 역대 둘째로 높았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가 쓴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작년 11월은 ‘코리아세일페스타’(9~10월) 등 정부 주도 할인 행사도 끝난 시기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이런 지표는 서민의 체감 경기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컨대 작년 11월 소비지수는 역대 둘째로 높았지만, 전문 소매점 판매액은 9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문 소매점은 동네 상권·전통 시장 등의 과일 가게·신발 판매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국내 소비 시장의 약 27%(11월 경상판매액 기준)를 차지한다. 전체 소비 지출액이 대폭 늘어도 소규모 자영업 상인은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소연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 소비가 주춤하리라는 전망에는 정부도 대체로 동의한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달 소비 속보치가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이지만, 이 지표로는 최근 급증하는 모바일·온라인 판매액 등을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 과장은 “올해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하겠지만, 유가 반등이나 가계 소득 증가세 둔화, 가계부채 부담,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작년보다는 소비가 좋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