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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삼성전자는 물론 배터리와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삼성SDI(006400)와 삼성전기(009150) 등 부품 계열사들까지 줄줄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얼마전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잠정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반도체시장 호조에 힘입어 무려 9조2000억원이란 영업이익을 내며 간신히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은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전략 수립 지연와 투자 위축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 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특히 삼성이 메모리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등 그룹의 전략 상품에 대한 선제적 투자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현실화 되면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장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사결정을 하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너 부재를 겪었던 다른 기업이 그랬듯이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은 미뤄둔 채 현상유지와 관리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갤노트7 단종 딛고 갈길 바쁜 삼성…中 스마트폰 거센 추격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이 자국 내수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17’에서도 화웨이가 엣지 디자인과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서비스인 ‘알렉사’를 탑재한 ‘메이트 9 프로’를 선보이며 거센 추격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은 차기작 갤럭시S8을 통해 확실한 디자인 및 기술 우위를 시장에서 증명해야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그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스마트폰 산업 전반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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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은 올해 D램과 3D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등 시스템 반도체로 투자를 확대해야할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오스틴 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그래픽처리기술에 강점이 있는 엔비디아 등 다른 경쟁업체들이 BMW·폭스바겐 등 해외 유명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용 반도체 공급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14일 80억 달러(9조 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글로벌 1위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기업 ‘하만’(Harman)의 합병 작업도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제안을 바탕으로 같은해 11월 29일 공식화 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이 부회장의 피의자 소환으로 인해 오는 5월말 나올 예정이던 로드맵 발표 일정이 올 하반기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설령 구속되더라도 삼성의 사업 전반이 마비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인수 합병이나 신규 투자 결정 등 오너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부분은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정 직후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씨 등을)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히 (삼성물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