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삼성 등 대기업들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자금의 쏠림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홀딩스와 선명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신약 분야에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목적투자조합 결성을 추진 중이다. 투자 대상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예방 신물질의 국내 사업화를 추진하는 회사다. 신물질은 지난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된 항 독감 바이러스 나노신물질에 대한 사업화다. 학술지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백신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조3000억원(국내시장 약 200억원)이며 2021년 세계시장 규모는 5조5000억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 LB선도기업 투자펀드 20호·KTBN 7호 벤처투자조합·SEMA-인터베스트 바이오 헬스케어전문 투자조합·타임폴리오 사모펀드 VC 4곳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가진 바이오업체 툴젠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억원을 투자한다. 툴젠은 지난 9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특허 2건을 등록한 벤처기업이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툴젠은 보유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농·식물 개량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투자에 정평이 난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올해 들어 바이오·의료 기업 5곳에 1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VC들이 바이오·의료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주요 제약·바이오주 85개로 산출하는 KRX헬스케어지수를 살펴보면 한미약품의 기술 취소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상반기와 지난 2014년을 비교하면 지수가 80% 이상 올랐다. 또 현재 국내 KRX헬스케어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3.2배다. 전월(37.7배)과 비교해 낮아졌지만 코스피 평균인 9.9배나 코스닥 평균 15.1배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그만큼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의료분야 투자 집중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바이오·의료분야가 VC 신규 투자금액의 20.7%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12개사 중 10개사가 바이오업체일 정도로 바이오·의료분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계약 취소 사례로 볼 수 있듯이 바이오·의료 관련 투자는 높은 수익을 얻는 만큼 큰 위험도 따른다”며 “단기보다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