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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의회는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20년 전 발칸 반도 때 적용했던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전쟁 난민이 비자 등 조건 없이 최소 1년간 27개국에서 살며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난민 수용 프로그램을 가동해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럽은 또 100억달러(약 12조 1400억원)의 예산을 난민 수용국에 쓰기로 했다. 이 자금은 우크라이나인들에 살 곳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난민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데 쓰인다.
유럽의 항공사와 철도, 버스 회사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EU 어느 곳에든 갈 수 있도록 무료 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동유럽 국가에 몰려 있는 난민을 서유럽 국가들로 이동시키는 데 요긴한 조치로 평가된다.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 수용이 한계치에 이르자 서유럽 국가들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동유럽에 몰려 있는 난민을 전역에 균일하게 옮기기 위해 항공기를 더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부 외교부 장관은 “난민을 위해 육로뿐 아니라 항공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수용해야 한다. 그들은 수천명이 아닌 수백만명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유럽 사회의 난민 수용과 외국인 이민에 대한 그간의 기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짚었다. 2015년 전쟁으로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럽에 이동했을 때 독일 등 서유럽 국가는 수용에 찬성했지만, 동유럽은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옆에서 건너온 우크라이나 난민을 동유럽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시리아처럼 대륙 밖 국가가 아닌 유럽 안에 있단 점은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정치인 마린 르펜과 에릭 제무어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의 난민 수용 관련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분명 이민에 대해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지금은 기이하게도 모든 것이 바뀐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