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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8일 결국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우리나라 국회 격)가 홍콩에 대한 국가보안법 제정하기로 하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제재를 예고하면서 홍콩 달러의 지위 역시 흔들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증권거래소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을 매입하는 이른바 ‘남하’ 매입액은 전인대가 시작한 22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119억홍콩달러(3038억원)로 직전 4일간과 비교해 3배를 넘어선다.
올해 들어 중국계 자금들의 홍콩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5월 27일까지 약 5개월간 홍콩주식을 매입한 금액은 2770억홍콩달러로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0개월간 매입한 금액인 2610억홍콩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7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7% 급등한 7.19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되고 나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8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16위안 후반대에 거래를 마쳐 전일 종가 대비 0.12위안 가치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위안화 약세는 엄청난 달러 기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전 세계 경기가 코로나19로 모두 폭삭 주저앉은 상황에서 내수 중심의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도 위안화 약세는 불편한 요소다.
문제는 홍콩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달러자금이 빠져나갈 경우다. 홍콩은 1달러당 자국 통화가치를 7.75~7.85달러로 고정시키고 있는데, 달러가 빠져나가 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홍콩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개입한다.
현재는 아시아 금융시장 허브인 만큼 풍부한 달러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같은 개입이 가능했지만, 만약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등 외환시장의 혼란이 가속화되면 될 수록 개입이 어려워진다.
위와이만 HKMA 총재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현행 금융시스템, 페그제 통화 체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홍콩기본법 제112조가 자금 자유이동과 홍콩달러의 자유태환, 페그제가 홍콩 금융체제의 핵심임을 보장하고 있다”고 시장의 불안감을 다독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콩 달러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홍콩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경우, 홍콩이 페그제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등 제재 조치를 나선다면 홍콩 역시 페그제를 굳이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나는 의회에 홍콩은 더이상 중국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미국은 홍콩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만약 홍콩이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이는 미국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KMA는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로서 3조 400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 등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페그제를 포기하면 더이상 이같은 방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 HKMA가 이를 매각하기 시작할 경우 미국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