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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위기에 내몰린 자동차·부품업계가 21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이같이 신규 유동성 지원, 내수 진작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과 수요 감소, 수출 절벽까지 악재가 이어져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부품업계와 정부가 현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완성차 5개사와 1·2차 부품업체 대표가 참석한 간담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대표들은 이날 성 장관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유동성 위기를 호소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이 어려워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1200여명의 급여 20%를 반납해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절벽과 해외 판매 부진은 올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공 사장은 “해외에서 차량이 안 팔리고 재고가 남아 있는데 이런 상황은 4~5월은 유지되고 특히 유럽은 여름휴가가 한 달가량이라 적어도 8월까지 현지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 사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미국과 유럽이 좀 풀린다고 해도 상당 기간 수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도 “최근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해 실적을 회복하려는데 코로나19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완성차의 위기에 해외에 동반진출 한 현대·기아차 170여개 협력업체 사업장도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회장을 맡고 있는 오원석 코리아FT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부품업계의 연간 매출이 2019년 대비 30% 이상 줄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1차 부품 협력사가 300여곳, 2·3차 부품협력사가 5000여곳인데 이 가운데 10~20%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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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의 유동성 위기에도 은행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 “현재 정부의 대출 지원은 소상공인 위주이고, 중소·중견기업은 밀려 있다. 게다가 신용등급을 따지고 담보도 내놓으라고한다”며 “부품 협력업체는 이미 할 수 있는 담보를 다 내놓고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등 은행의 문턱이 높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 마련도 요구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정부의 개소세 인하에 더해 취득세 감면 정책도 추가로 시행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쌍용차가 판매하고 있는 렉스턴스포츠는 픽업트럭으로 화물차로 분류되는데 현행 개소세는 승용차에만 적용되고 상용차는 대상에서 제외해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누리는 효과가 덜한 것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개소세 감면 등의 영향으로 내수만 2.1% 소폭 늘며 완성차업체의 판매에 숨통이 틔였다.
성 장관은 “과거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용 배선 뭉치) 수급 차질 사례에서 보듯 한두 개 부품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동차 생산 전반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정부는 그동안 발표한 대책을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품업체는 4대 보험 납부가 어려울 정도로 유동성 위기인데 장관이 자동차와 부품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긴했지만, 산업부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며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단 이번 간담회는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아직 지원책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