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주요국의 전문가 및 전 정부 당국자들은 14일 통일부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포럼 2016’에서 동북아 정세와 북한의 변화, 비핵화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제재는 계속돼야…빈틈 메우는 것이 관건”
우선 현재 국제사회의 기조인 대북 제재·압박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드러난 ‘구멍’을 보수해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북한 비핵화 달성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프랑수아즈 니콜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연구센터장은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제재는 여전히 유용하다”며 “만약 제재가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로서 구상된다면, 제재의 목표가 직접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인 것이라면,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는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니콜라 센터장은 대북 제재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으로 △북한의 해외 노동력 수출을 막는 등 제재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북한 주민들이 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 지원(정보유입 등) △제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결연한 지지 등을 제시했다.
황태희 연세대 교수는 “선별적 금융제재를 통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한반도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며 “실제 미국은 선별적 금융제재의 핵심인 세컨데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단순 위협단계에서 실행단계로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재 효과 없다는 점 증명…6자 회담 등 대화·협상 재개해야”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을 근거로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6자 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협상을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안 종저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전세계적으로 금수 조치는 쿠바, 이란, 버마, 남아프리카,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 다수의 국가들에게 내려진 바 있다”면서 “대부분의 경우 이 조치들은 내부적으로 각 국가의 정권들과 정책들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글렙 이바센초프 전 주한 러시아대사는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 뿐”이라며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 정권은 계속해서 상당한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카이셩 중국 상해사회과학원 교수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모든 개입의 목적은 북한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압박을 가해 비핵화 달성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것”이라며 “6자 (북한,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 1(유엔) 회담은 조속히 개설돼야 하고 종합적인 합의가 해당 플랫폼에서 최종적으로 도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관련,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샌더스든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된대도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 남한이 핵무기를 개발해도 된다고 했고,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비용도 멕시코가 지불하도록 한다고 했는데 그런 말들은 쓰레기통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과 협상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나쁜 생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