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민간보다 조건 좋다"…노조 "농촌·산 5배 넓은 지역 커버" 반박

우정사업본부 “민간보다 근로 시간 적고 수수료 높다”
노조 “주 평균 48~54시간 근로 자랑 아냐…불법 해당”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서 우정사업본부는 합의 안 돼
  • 등록 2021-06-16 오후 7:57:36

    수정 2021-06-16 오후 7:57:36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우정사업본부가 소속 택배기사들의 근로 조건이 민간 택배기사들보다 낫다고 발표하자 노조 측이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또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민간 택배업체보다 근로 조건이 더 낫다는 이유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내용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우정사업본부는 노동법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조차 망각하고 있다”며 “전체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자는데, 민간보다 낫다는 이유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적 규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고용노동부 택배기사 업무 여건 실태조사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최근 자료를 토대로 한 ‘우체국 및 민간택배기사 근무실태 비교 자료’를 공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통해 우체국 택배를 배송하는 소포 위탁 배달원은 민간 택배업체의 기사들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체국 소포 위탁 배달원은 주 5일 근무에 주 평균 48~54시간을 일하는 것과 비교해 민간 택배기사는 주 6일 근무에 주 평균 72~84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체국 위탁 배달원은 하루 평균 분류 작업 시간도 2시간 12분으로, 민간 택배기사(약 4시간)보다 짧다.

하루 평균 배달물량도 우체국 위탁 배달원은 190개로, 민간택배기사 260개와 비교해 70개가량 적었다. 그러나 배달 한 건 당 평균 수수료는 우체국 위탁 배달원이 1219원으로, 민간 택배기사의 750원보다 400원 이상 많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소포 위탁 배달원은 대리점 관리비가 없어 민간 택배기사보다 평균 수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해당 자료에 대해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택배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주 48~54시간이라고 자랑같이 자료를 냈다”며 “우리나라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이고, 자발적이라도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앞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 작업 시간은 우정사업본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도 언급했다.

노조는 민간 업체와 수치만 비교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우체국 택배는 도시 외에 배송이 어려운 농촌, 산간 지역까지 책임지는 공공 서비스 영역”이라며 “민간업체와 일일 배송 개수, 수수료를 단순 비교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성토했다. 우체국 택배 특성상 민간보다 5~6배 넓은 구역을 책임지고 있어 배송 수량이 적고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공공기관은 종사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데 모범이 되고자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우정사업본부에서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민간 택배보다 더 낫다는 이유로 분류 작업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사회적 합의 내용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우정사업본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와 노조의 견해 차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민간 택배업계 노·사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이날 합의하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추가 분류 비용과 인력 투입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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