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게시한 대형 광고물에 적힌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이틀 만인 지난 2일 오전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주최 측이 현수막이 사라진 자리에 응원 문구가 담긴 메모지를 부착했지만 이마저도 3일 오전 훼손됐습니다.
3일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검거된 20대 남성은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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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최근 성소수자 현수막 훼손까지 차별과 불평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단체 및 활동가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차별하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혐오…“용인 않는 분위기 필요”
또 다른 성소수자 B씨 역시 “처음 겪는 재난상황에서 주변인들에게 혐오 표현을 들었고, 의도치 않게 `아웃팅(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 의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밝혀지는 것)`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차별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들이 쌓인 불만을 약자 혐오를 통해 해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소수의 위치에 있어 차별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재난 상황에서 더 드러난 것이라고 봅니다. A씨는 “재난 상황에선 소수자들에게 불평등이 더 와닿게 된다”며 “앞으로 성소수자 이슈가 보도될수록 혐오도 더 드러나고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기에 그걸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법적인 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참가자 1000명 중 82%가 우리 사회 내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중 69.3%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할 때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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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러한 혐오·차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명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나이·성적지향·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국가인권위도 지난달 30일 ‘평등 및 차별금지법’(평등법)시안을 공개했습니다.
법과 인권을 전공하는 학자 248명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사회에서 차별이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차별의 행태가 점점 복잡해지고 영역과 사유를 뛰어넘어 다양한 형태의 차별 행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차별이 어딨냐`, `과거의 일 아니냐`와 같은 말들을 한다”며 “그런데 최근의 사건들을 겪으며 여전히 차별과 혐오,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성소수자들은 혼인·의료·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데 광고조차 게시하지 못하는 모순을 겪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은 이런 차별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