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늘(23일) 종료됐다. 40여 일 가까이 진행된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모두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개매수로 압도적인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집토끼’ 8곳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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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측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서 한 달 넘게 지속된 공개매수 다툼은 끝났다. 앞서 MBK·영풍 연합은 지난 14일 종료된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얻어 총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고려아연 측 지분은 기존 최 회장 일가 및 우호 지분(33.99%)에 베인캐피탈 지분을 더해 최대 36.49%로 끝날 전망이다.
과반 의결 확보 실패…주총 표 대결에 ‘올인’
최윤범 회장 측은 최씨 일가 지분이 15.56%에 불과하고 우군으로 분류되는 외부 주주 지분이 18.37%로 더 많다. 한화(계열사 합산 7.80%) 현대차그룹(5.05%), LG화학(1.90%), 트라피구라(1.50%), 한국투자증권(0.80%), 한국타이어(0.80%), 모건스탠리(0.50%), 조선내화(0.20%) 등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중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과 자사주를 맞교환했고, 현대차그룹은 업무협약(MOU) 차원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샀다.
나머지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 모건스탠리, 조선내화가 보유한 2.3%의 향방에 시장은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최 회장에 등을 돌릴 경우 표 대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17~21일 장내에서 고려아연 주식 1만주를 사고팔아 8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사실을 공시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우군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도 변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총 안건이 정해지면 그에 대해 의결권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기금의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거란 의견과, 중립 의견을 낼 거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MBK·영풍 측은 이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의 단추를 끼울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MBK·영풍이 신규 이사 12명을 추가 선임하면 장 고문과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