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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1%)를 웃돌았다. 전월인 3월(8.5%)보다는 0.2%포인트 소폭 완화했지만, 월가 일각에서 기대했던 인플레이션 정점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고차(22.7%), 교통서비스(8.5%), 육류·가금류·생선류·계란류(14.3%), 시리얼·빵류(10.3%) 등 생필품 가격이 1년새 큰 폭 뛰었다. CPI 지수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1991년 3월 이후 최고치다. 3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0.3%로 월가 전망(0.2%)을 웃돌았다. 유가가 한 달 전보다 하락하면서 에너지 물가(-2.7%) 오름세는 꺾였지만, 오히려 주거, 식료품, 서비스, 여행 등으로 인플레이션 양상이 전방위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CPI를 확인한 금융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팬데믹 이후 승승장구했던 빅테크주마저 폭락했다. ‘대장주’ 애플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5.18% 떨어졌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게 넘겨줬다. 애플 시총은 지난해 28.62% 불어났는데, 올해 들어 12.27%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18.54%), 알파벳(구글 모회사·-20.63%), 아마존(-30.94%), 테슬라(-15.50%), 메타(페이스북 모회사·-37.74%), 엔비디아(-36.71%) 같은 빅테크들의 시총 역시 올해 들어 쪼그라들었다. 월가 금융사의 한 인사는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흔들리는 건 웬만한 위험자산들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 위기감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날 CNBC에 나와 “인플레이션이 오래 이어지면서 미국이 생계비용의 위기(cost-of-living crisis)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생필품 물가가 전방위로 급등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인플레이션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는 이날 CPI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물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최대 위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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