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갈림길…'양날의 검' 쥔 지자체장

[제왕적 지자체장]①
대규모 개발 때마다 비리 유혹에 노출
서울시장 4만여명 인사에 직·간접 영향
견제장치인 지방의회 예산권도 지자체장에게 있어
  • 등록 2021-10-13 오후 9:00:00

    수정 2021-10-13 오후 10:20:52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철근 김경은 정재훈 기자]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보니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이용한 수많은 유혹에 시달립니다”(경기도의 한 지자체장)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약 30년이 됐지만 지자체장의 막강한 권한은 여전히 논란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보다 시장·군수·구청장을 하는 게 낫다’는 게 정치권과 관가의 정설이다.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대장동 특혜개발의혹도 그 발단은 기초자치단체인 성남시가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특별한 견제 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방분권이 가속화되면서 지자체장의 권한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관할자지단체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 지자체 및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편성 및 집행권, 지역개발 관련 인허가권, 각종 단속권 등 지역에선 절대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서울시장의 경우 시 공무원 1만여명뿐 아니라 26개 투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통해 산하 직원 3만여명에 대한 직·간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한다. 경기도지사도 소속 공무원 4300명과 27개 산하기관 5000여명(정규직) 등 1만명에 가까운 인사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자치경찰에 대한 일부 인사권까지 보유하게 됐다.

특히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중앙정부의 고유사무가 꾸준히 지방정부로 이관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공식 집계한 2013년 현재 1만4884개(전체 사무 중 32%) 의 사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어갔다. 이후에도 이관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올초엔 국토개발부의 개발부담금 부과· 징수 권한 등 16개 부처 400개의 사무처리 권한이 일괄적으로 이관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자치사무가 확대되면서 지자체 사무 총괄 및 국가위임사무 처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각종 이권사업이나 인사비리에 연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5일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시장 재직시절 특정부지 개발 인·허가와 관련해 주택건설 업체로부터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용인시장의 경우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6명 모두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 뇌물수수, 인사비리 등으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된지 30년이 됐지만 단체장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화돼 있다”며 “진정한 지방자치제도의 실현을 위해선 지방의회의 효과적인 견제 등을 통해 단체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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