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취업박람회 ‘청년채용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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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중소기업청과 청년위원회는 23일 서울 연세대에서 101개 스타트업이 참가한 역대 최대 스타트업 채용박람회인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 개최’를 개최했다. 청년실업률 두자릿 시대에 열린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를 둘러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역설적으로 일반 중소기업의 문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의 모델은 단순히 돈이 아닌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였다.
애초 중기청은 1000여명의 청년 참여를 예상했다. 하지만 청년실업률 11.2%,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6% 시대에 열린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는 한눈에 봐도 예상치 2배 이상의 구직자들이 몰린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봐왔던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들렸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매일 같이 인식변화 운동을 해도 청년이 꺼리는 이유도 짐작케 했다.
박람회에 온 구직자 구성도 다양했다. 애초 평일 낮에 열려 대학생들이 주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한 두 번 퇴사를 경험한 ‘중고신입’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스타트업 박람회에 몰린 이유는 뭘까. 그들은 ‘수평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스타트업 구직의 1순위 이유로 뽑았다.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취업박람회 ‘청년채용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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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 중소기업에서 3개월 간 근무 하다 퇴사를 감행한 장모(25)씨는 “처음 제안을 받았던 것과 실제 회사 생활은 너무 달랐다”며 “수직적인 구조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것보다 업무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만나본 대다수의 구직자들은 기자가 직접 묻지 않는 한 ‘연봉’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박람회에서 본 신입 정보기술(IT) 직군 연봉은 3000만원 전후, 기획·마케팅 직군은 2000만원 중반대로 일반적인 대졸자들이 원하는 금액보다는 훨씬 적었다. 성모(28)씨는 “스타트업 처우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소기업 취업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청년 2+1 채용제’를 대표 공약으로 강조했다. 2+1 채용제도는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세 번째 고용된 청년의 월급은 3년간 연 2000만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 공약은 단순히 고용주를 위한 공약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기업문화 개선에 대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그 직원이 문제가 있어 나간 건데 이러쿵 저러쿵 인터넷에 댓글을 달고 다니네요. 복지요? 그런 거 없습니다. 직장은 즐거우면 안 되죠.” 지난해 만났던 연 매출 1000억원의 한 중소기업 사장의 발언이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