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넘버원’ 포지션을 갖게 된 전환점이 된 게 저희 구성원이 만들어낸 새로운 패키징 기술이다.”
이강욱 SK하이닉스(000660) 패키지개발담당 부사장은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패키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할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대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다.
이 부사장은 “예전에는 패키징 기술이 ‘덧셈’의 개념이라 기술이 모자라도 손해는 없었지만 지금은 ‘곱셈의 법칙’”이라며 “패키징 역량이 없으면 비즈니스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개발담당 부사장이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패키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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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과거 패키징 기술은 제품 가치를 높이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기술이 없으면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만드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AI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당 탑재되는 HBM의 수는 점차 많아지고 단수도 높아지는 추세다. 고용량, 고대역폭 성능을 맞추면서 저전력 요구까지 충족하기 위해선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필수다.
그는 “SK하이닉스가 2019년 3세대 HBM2E를 개발하면서 기존과 다른 독특한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기술을 적용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고, 12단까지 오면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까지 개발해 HBM3E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사장은 HBM을 두고 “(소위 말하는) SK하이닉스가 대박 난 이유”라며 “우리는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라고 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제품에서 16단을 준비하고 있어 지금보다 더 발전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이 부사장은 “(단수가) 20단, 24단, 32단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며 “앞으로 얼마큼 열을 잘 빼주느냐가 HBM 경쟁력을 가져가는 핵심인데 하이브리드 본딩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스택(쌓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개발담당 부사장이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패키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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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 공정에서 글로벌 1위를 유지하는 대만 TSMC를 언급하며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대만은 한국보다 GDP가 약 70% 낮지만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한국보다 높다. 반도체 생태계가 TSMC를 중심으로 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촘촘하게 이뤄진 영향이다.
그는 “한국이 메모리 종합반도체기업(IDM) 중심으로 성장해서 연계 공정과 고리가 굉장히 약한 게 경쟁력이 취약한 원인”이라며 “첨단 패키징을 키워야 하는데 학계에서 가르치는 게 없어서 적절한 인재 공급이 안 됐고, 국가적인 연구개발(R&D)이 취약해 결국 생태계가 약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