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거리. 공허한 음악 소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뒷골목은 주말 저녁에도 말 그대로 암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코로나로 침체된 상권이 핼러윈 축제를 발판 삼아 명성을 되찾은 뒤 술 손님들로 가득 찼을 거리다.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나고, 사고 지점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도 사라지며 모든 통제가 사라졌지만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이태원. 이곳에선 생계를 이어가기 막막하다며 하소연하는 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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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발 전까지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이태원은 ‘코로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동네 중 하나다. 외국인이 많다는 특성과 더불어 2020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당시 이태원 상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좀처럼 코로나 이전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이번 핼러윈 기간만 기다렸다. 핼러윈 특수를 계기로 이태원 부흥을 기대한 것이다.
14일 이데일리가 찾은 이태원 거리는 황량했다. 사고 지점 인근 술집들은 일절 영업을 하지 않아 불빛조차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대형 맥줏집과 라운지 바, 헌팅포차 대부분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고 지점을 조금 벗어난 세계문화거리 반대편 끝자락은 문을 연 가게들이 많았지만, 음악 소리만 거리로 흘러나올 뿐이었다. 적막으로 이미 가득 찬 거리엔 오가는 행인마저 10여 명에 불과했고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흡연하러 나온 업주들뿐이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술을 팔지 않았던 식당 주인 A씨는 “지난주에 며칠간 음식만 팔고 주류는 팔지 않았는데 들어왔던 손님도 나가더라”며 “저녁 손님들도 한두 테이블뿐”이라고 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맞은편, 장사가 잘되는 곳에 터를 잡은 환전소 주인 진모(62)씨는 업종을 불문하고 이태원 동네 자체가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씨는 “환전하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태원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모습은 처음 본다던 고모(29)씨 또한 “추모공간을 보러 왔는데 동네 자체가 너무 어두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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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57)씨는 “코로나 때도 이태원만 죽었는데, 희생된 어린아이들 보면 마음이 안 좋긴 하지만 사고 원인이 상인 탓으로 돌아오면서 단속을 더 심하게 한다고 하더라”며 “이렇게 불 꺼진 분위기가 오래되면 아예 (동네가) 죽어버릴 텐데, 안 그래도 죽을 것 같은데 그냥 ‘죽어라 죽어라’ 하는 거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펍을 운영하는 주인 B씨는 현재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달라”고 짤막한 답만 남겼다.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어려운 정도는 말로 할 수가 없다. 그냥 눈으로 본 그대로다”며 “이번 주 내로 국회의원 등과 만나 정부 지원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