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일부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정원 규제를 재검토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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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졸업생 채용을 연계하는 계약학과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예산을 일부 내면 정부 예산을 매칭해 교육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의 경우 2031년까지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해서다. 연간 1만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데 반도체학과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은 65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학위를 따고 싶지만,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을 더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세한 소부장 업체는 계약학과를 운영조차 하기가 어렵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정부가 야심 차게 소부장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핵심 인재가 몰리지 못하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소부장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일부 부담하면 정부예산을 매칭해 대기업처럼 계약학과를 운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다만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라 원칙적인 계약학과 운영방식과 달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과 상당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울러 AI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소부장, 패키징 등 분야별로 전문화된 반도체대학원을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석·박사급 고급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원 증원 정원기준을 유연화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학부 1.5명 또는 2명 감축 시 대학원 정원 1명을 증원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학부 1명 감축시 대학원 1명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첨단분야 석·박사 인재 양성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정부는 학부과정 역시 복수전공·다전공 과정을 보다 유연화해 첨단분야에 대한 전공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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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름 대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도권 개발 규제로 대학에서 첨단 기술 인재를 충분히 길러 내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인재들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데,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를 견제한다며 대학 학과 신증설을 가로막다 보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학과를 확대하고 있지만,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운영하지 않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반도체 인력양성에 나선 만큼 교육부가 대학 정원 조정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반도체공학과를 따로 만들어 반도체 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경우는 없지만, 지금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계약학과라도 만들어서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되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 간 학점 교류 등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