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사건팀] 황사 주의보가 발령된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걷는 시민 대부분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황사와 미세먼지에 하늘은 누렇고 바람까지 세차게 부는 등 최악의 공기 질 상태에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신모(30)씨는 “점심시간이라 잠깐 산책할 겸 나왔는데 목이 칼칼하고 눈도 따갑다”며 “보건용 마스크(KF94)로 바꿔서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국이 황사 영향권에 들어서며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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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몽골고원과 몽골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따라 유입하면서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됐다.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는 미세먼지(PM-10) 시간당 평균 농도가 300㎍/㎥ 이상 2시간 지속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발령된다. 황사 경보가 발령된 것은 서울과 수도권은 2015년 이후 6년 만이며, 제주도는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황사 경보는 제주도까지 덮쳤다. 평소 파랗던 제주도의 하늘은 누런 이불 먼지를 둘러쓴 모습이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제주도 전역에 황사경보를 내렸다.
제주에 사는 최모(40)씨는 “평소에는 하늘이 파랬는데 오늘은 숨쉬기가 버겁다”며 “눈도 따갑고 그냥 도로만 걸어다녀도 무언가 날라와 때리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 29일 오전 7시쯤 제주시 노형오거리 인근 골목. 평소 파랗던 하늘이 황사의 영향으로 뿌옇다. (사진=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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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도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로 하늘이 뿌옇고 노랬는데 한때 미세먼지 수치는 600㎍/㎥를 넘어섰다.
영업직에 종사 중인 서모(31)씨는 “평소에 말하기에 편한 얇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직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트렁크에 넣어뒀던 KF94 마스크를 바꿔 쓸 정도였다”며 “이 정도면 태풍·폭설과 같은 재해 상황이라고 보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어떤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사 경보 발령에 따라 환경부는 중앙황사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유관 기관과 해당 지자체 등에 학교 실외 수업 금지, 민감 계층 피해 방지, 실외 근무자 마스크 착용 등의 매뉴얼에 따라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황사 경보 소식에 시민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등으로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9)씨는 “평소 끼던 마스크보다 두꺼운 황사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며 “마스크 덕분인지 기침은 나오지는 않은데 눈이 좀 건조하고 뻑뻑해 밖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용무만 빨리 보고 일찍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사는 직장인 김모(26)씨는 “평소에 끼던 마스크를 꼈는데 목이 계속 칼칼하고 답답했다”며 “점심 먹으러 나왔다가 계속 기침했는데 옆 사람이 힐끔힐끔 계속 쳐다보는데 코로나에 걸린 줄 의심하는 것 같아서 눈치가 보였다.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 저녁 운동은 안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전국이 황사 영향권에 들어서며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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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가 약한 이들에게 황사 경보에 대한 체감은 컸다.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심상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잠시 나갔다왔더니 기침에 피가 조금 섞여 나왔다”며 “폐 질환이 있어서 황사는 유독 힘든데 이번 황사가 언제까지 갈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사 경보 단계에서는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 어린이는 가급적 실내활동만 해야 한다. 일반인이라도 장시간이나 무리한 실외활동은 제한하고 기침이나 목의 통증이 있는 사람들은 실외활동을 피해야 한다.
기상청은 이날 “30일부터는 황사의 농도가 점차 옅어지겠으나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에 따라 이후에도 약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