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당 지도부를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같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 해소를 위한 카드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꺼내 들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3대 요구가 관철되지 못하자 윤 대통령을 압박하며 김 여사 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다만 친윤(윤석열)계 역시 이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 윤·한 충돌이 재현될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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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확대 당직자회의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범죄행위 재판 결과가 (다음 달) 15일에 나오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 될 거라는 점을 더 많은 국민이 실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가 전 국민의 ‘불만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변화하고 쇄신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결국 정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가족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곧 있을 이재명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 특별감찰관 및 북한 인권재단 문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확대 당직자회의는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자신이 임명한 당직자들과 같이 모인 만큼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며 당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앞서 전날 한 대표가 주재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1시간30분여 진행된 만찬에는 조경태, 송석준, 서범수 등 현역 의원 21명과 원외인 김종혁 최고위원까지 총 22명이 참석해 친한계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빈손 회동으로 끝난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정국 전망과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이날 수도권 비전특별위원회 당협위원장 간담회를 가진 오신환 특위 위원장은 당과 대통령실 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으로서 비전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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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가 연일 친한계 및 당직자들 불러모으자 본격적인 당내 세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친윤계에선 한 대표에 대한 거센 비판에 나서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으로, 두 사람의 갈등이 야권의 악재를 모두 상쇄해 주고 있다는 게 당 안팎 지적이다.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절차 진행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국회 운영과 관련된 사안이고 원내 관련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8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 문제가 ‘원외’인 한 대표의 결단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을 모으는 시간, 그리고 절차가 필요하다”며 의원총회 소집 필요성도 거론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강명구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국정 쇄신 차원에서 인적 쇄신을 하자고 얘기해야지, ‘특정 라인이 다 망쳐놓고 있다’, ‘그게 여사 라인이다’, ‘비선이다’라고 몰아붙이는 건 민주당이 쓰는 나쁜 수법과 똑같다”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얘기들은 좀 자제해 주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강도 높은 지적을 이어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정여스님에게서 국정을 운영하는 마음가짐과 관련해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등의 조언을 듣고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