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느니만 못하다"..삶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모든 날에 로그인
김형주│320쪽│가이아의 어깨
  • 등록 2021-04-27 오후 6:06:38

    수정 2021-04-27 오후 6:08:19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스 태생의 스웨덴 거장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가 77세의 나이에 작가로서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됐음을 느끼며 밝힌 말이다. 글이 더 이상 써지지 않을때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던 그는 은퇴까지 결심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마저도 작품의 소재로 승화시켜서 에세이 ‘다시 쓸 수 있을까’ 를 썼다. 이같은 작가로서의 고민은 테오도르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소설가 김형주도 작가로서 이같은 고민을 담음 첫 번째 에세이집 ‘모든 날에 로그인’(가이아의 어깨)을 최근 출간했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작가가 체험한 일상과 문학의 공간이 담겨있는 이번 작품집에는 특히 숲에 관한 글이 많다. 그만큼 숲은 작가에게 있어서 치유의 공간이자, 글쓰기를 위한 단련장 같은 곳이라는 방증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을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었다고 자책한다. 그에 대한 심경은 저자의 글 많은 부분에 녹아있다. 특히 ‘다시 쓸 수 있을까, 나도’에서는 그와 같은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눈에 생긴 이상 증상으로 안과에 갔다가 대기인원이 많아서 잠시 근처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신착도서 서가에 있던 ‘다시 쓸 수 있을까’라는 책을 보게 된다.

책의 부제는 ‘77세에 글을 잃어버린 작가, 테오도르’다. 저자가 테오도르의 ‘다시 쓸 수 있을까’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한 달 이상 다녀도 낫지 않는 통증 때문에 유명 한방병원까지 찾은 저자는 근본적인 원인이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게 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의 이상이 생기고 몸의 장기에 염증이 생겼으며, 정신적 에너지까지 고갈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비문증까지 생겨버렸다. 하지만 테오도르가 그랬듯 이런 고민조차 작가적 생명이 계속된다고 저자는 믿는다. 이번 작품집의 소재는 각각 다르지만, ‘치유’라는 단어로 정리가 된다. 치유란 단어에는 행복, 건강, 원조란 뜻도 내포되어 있듯이 수록된 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한 권의 책이 힘든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겐 상처를 치유하는‘마법의 약’이 되고, 좌절감을 딛고 당당히‘새로서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겐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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