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8일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미얀마 유학생들을 만나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미얀마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미얀마 청년들이 만나 세 손가락 경례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서뚜카오 씨, 한수진 씨, 염수정 추기경, 진마툰 씨, 무온먁쪄 씨,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 신부(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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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을 찾은 미얀마 유학생 4명과 1시간가량 면담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한 가족으로 마음을 모아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도로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2일에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께 서한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한 지원금을 보냈고 한국 주교단도 미얀마와의 연대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얀마 유학생들은 염 추기경에게 미얀마 군부 폭력으로 현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미얀마 출신 유학생 한수민(23) 씨는 “언론에 나온 것보다 현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3일 전부터 인터넷도 차단되고 계엄령 이후로 사망자를 다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모두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아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46일 정도 됐는데, 2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미얀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에 있는 우리가 세상에 알리고자 추기경님을 뵙고 말씀드리려고 왔다”고 요청했다.
서뚜카오(27) 씨는 “학생들 대부분이 납치를 당하고, 4000여 명이 실종된 상태”라며 “멀쩡한 상태로 납치된 학생들이 군부의 폭행으로 사망해 시신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진마툰(26) 씨는 “해외 각지에 사는 미얀마인들이 세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지금 미얀마의 상황은 미얀마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염 추기경은 면담이 끝난 뒤에는 미얀마 유학생들과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오른손 세 손가락을 펴고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