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에..LCC업계 1만여명 무급휴직

유상증자 추진..계획보다 자금 조달 줄어 '고민'
기간산업안정기금 '높은 벽'..7%대 고금리 '부담'
일제히 국내선 확대..편도 5000원대 '출혈경쟁'
비행 체험 상품, 기내 화물 운송도 잇따라
  • 등록 2020-10-22 오후 5:52:52

    수정 2020-10-23 오전 10:48:5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다음 달이면 국내 모든 LCC가 유급휴직에서 무급휴직으로 전환한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화물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LCC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유상증자에 나서거나 이색 체험비행, 여객기 내 화물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출혈경쟁’에 놓였다.

이달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끝…‘무급휴직’ 돌입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업계 1만여명 근로자들은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LCC업계는 지난 2~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는데 대부분 이번달에 유급휴직 지원이 종료되면서다.

제주항공(089590)은 희망자에 한해 11~12월 무급휴직을, 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은 전직원이 11월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한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은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에어부산(298690) 관계자는 “다음 달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2개월간 전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며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11월부터 진정한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어부산은 두 달간의 단기휴직과 6개월 또는 1년의 장기휴직 신청도 받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중 유급휴직은 기존 1년에 180일(6개월)간 받을 수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을 연장하면서 240일(8개월)로 늘었다. LCC업계는 그동안 고용을 유지하면서 정부에서 통상임금 75% 수준의 임금을 지원받고 회사 측에서 4분의1가량(25%)을 부담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했다.

내년이 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받을 수 있지만, 지금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회사 부담분이 적지 않아 불투명하다. LCC업계 관계자는 “내년 고용유지지원금의 신청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무급휴직을 하면 회사 측의 인건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무급휴직 기간이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무급휴직은 회사 측의 부담분 없이 정부에서 통상임금 50% 수준을 지급하는데 그친다. 유급에서 무급휴직으로 전환되면 근로자들의 생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상증자 규모 적고, 기안기금 장벽 높아…유동성 위기↑

LCC업계는 돈 줄이 꽉 막혔다. 유상증자로 운영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진한 실적 등으로 LCC들의 주가가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면서 계획보다 규모가 줄어 고민이다.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진행한 제주항공은 당초 1700억원을 계획했지만, 1506억원으로 200억원가량 줄었다. 이날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확정한 진에어는 1092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40억원가량 줄었다. 에어부산도 89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783억원으로 100억원가량 줄었다. 지난 7월 유상증자에 실패한 티웨이항공은 최근 티웨이홀딩스가 3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성공해 자금 조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기간산업안정자금도 LCC업계에 높은 벽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기안기금 지원 1호 기업으로 결정됐다. 기안기금은 근로자 300명 이상, 차입금 규모 5000억원 이상 등의 항공사만 신청 자격이 되는데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만 해당된다. 업계는 ‘최후의 보루’로 기안기금 지원도 고려 중이지만, 7%대의 고금리가 부담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기간기금 신청을 검토할 수 밖에 없겠지만 7%대에 달하는 고금리는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 이후 항공업이 정상화되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금리는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에 지원하는 정류료와 착륙료 등 10~20% 감면 혜택도 연말까지라 당장 내년부터 걱정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영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인데 적어도 12월께는 감면연장과 납부유예 등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착지 없는 ‘비행 체험 상품’ 출시…기내 화물 운송에 도전장

LCC업계는 최근 도착지 없이 하늘을 돌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는 ‘비행 체험 상품’ 등 이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에어부산을 시작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동참했다. 다만 항공사들이 당국으로부터 관련 상품이나 노선을 허가받는 게 까다롭지 않지만 항공사는 ‘항공기 내 띄어 앉기’ 등 철저한 방역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도 도착지 없는 비행상품을 출시하고 싶지만, 정부의 ‘방역’ 우려에 가로막혀 진척이 더디다. LCC업계 관계자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 운송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수익성이 크지 않다. 제주항공은 이날 국내 LCC 중 최초로 태국 방콕 노선에 화물을 탑재하고 운송을 시작했다. 티웨이항공도 11월 초 베트남 호치민 노선부터 화물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진에어는 LCC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기(B777-200ER)를 개조해 오는 24일부터 화물운송에 나선다. 다만 LCC의 화물사업 진출은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의 화물운송은 기내에 싣는 수준으로 양뿐만 아니라 장거리 노선 이동에도 한계가 있다”며 “대형항공사의 화물기가 10톤 트럭이라면 LCC의 소형기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수준에 그쳐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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