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비극에도 복지 사각 여전…탈북 모자 '아사'

공공요금 밀렸음에도 위기발굴 시스템에 등록 안돼
재개발 임대주택 살아 시스템서 제외
복지부 시스템 점검 나설 계획
  • 등록 2019-08-13 오후 6:26:24

    수정 2019-08-13 오후 6:26:24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모자가 오랜 굶주린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저소득 위기 가구 관리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위기 가구 발굴 관리를 강화했음에도 구멍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숨을 거둔 A씨(42·여)와 B군(6)은 발견 당시 굉장히 마른 상태였으며 이들 집 냉장고 안에는 고춧가루 외에 먹을거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요금과 전기요금도 수개월째 밀린 상태였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돈은 아동수당 10만원과 양육수당 등이 전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마저도 지난 3월부터 나이 제한으로 아동수당은 수급이 중지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이나 극단적 선택의 흔적이 없고 모자가 이처럼 생활고를 겪었던 정황을 토대로 아사(餓死) 가능서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A씨는 2009년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와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하나센터’를 통해 지원 관리를 받아왔다. 그러나 A씨는 결혼하면서 수급자에서 벗어났고 이후 중국에서 이혼하고 아이와 단둘이 돌아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악구에 살다가 통영으로 이사, 중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다시 관악구로 돌아왔지만 동네 주민과 교류가 별로 없어 주변에서도 A씨의 어려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A씨의 상황을 발견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법을 시행했다. 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더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목숨을 잃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후 3개월 이상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이 밀리거나 가구주가 사망해 수입이 끊긴 가구는 정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자동 등록돼 저소득 가구가 먼저 요청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질했다.

A씨가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수개월째 밀렸음에도 이같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것은 거주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이 발동하는 대상은 공공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A씨는 재개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곽순헌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해당 법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거지 정보만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그 외 주거지 거주자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발굴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입주조건을 들여다 보고 (재개발임대주택) 체납정보도 (사회보장정보원에) 자동 통보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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