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김상윤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내놓은 이른바 ‘제이노믹스’가 발표 직후부터 논란에 직면했다.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을 부활시키고,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해 법인세율을 조정하겠다는 공약이 반(反) 기업적이란 비판이다. 자칫 기업의 고용·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를 연간 50만개 이상 만들겠다는 공약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발표한 ‘문재인의 경제비전’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는 대기업의 갑질을 몰아내겠다”면서 “공정위를 전면 개혁하고 지자체와 협업체계 구축 및 집단소송,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 캠프가 내놓은 공약의 핵심은 공정위의 대기업 전담조사 강화다. 문 캠프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 조사국 수준으로 조직을 키워 (대기업)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갑질과 소상공인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 조사국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또 재정 지출을 연평균 3.5%에서 7% 수준으로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확대된 재정으로 연평균 5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충당은 5년 간 세수자연증가분에서 50조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직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가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수자연증가분과 추경에 기댄 재원 마련 계획은 추상적이란 지적도 있다. 재정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직접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은 재계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인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비과세·감면 항목이 해마다 축소되고 있어 실효세율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 고용·투자 여력을 악화시켜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문 후보가 집권 직후 편성하겠다는 추경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출과 내수 지표가 개선되면서 1분기 성장률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민주당 의석이 과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후보가 국민연금의 국공채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시장에선 견해차가 있다.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보전해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민연금 기금 소진기에 현금화가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정책시리즈 5탄‘문재인의 경제비전 ? 사람중심 성장경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제구상을 담은 이른바 ’제이(J) 노믹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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