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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이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14일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수십 명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의 느낌이다. 시가총액 53.9조원(14일 장 마감기준)의 국가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을 이끌게 된 최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법했지만, 주눅든 모습없이 자신감이 넘쳤다. 주주총회에선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되짚어 보면 최 대표는 전형적인 ‘알파걸’이다. 알파걸은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갖춘 강한 여성상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005년 최 대표(당시 사원) 입사 당시를 지켜봤던 한 인사는 여자 졸업생이 드문 토목공학과 출신이 커뮤니케이션(홍보) 입사를 지원한 것을 두고 “특이하게 보였다. 면접 성적도 뛰어났고, 홍보에 만족할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고했다.
최 대표는 그의 예상대로 홍보를 떠나 마케팅 업무를 지원하더니 4년 만에 유명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으로 이직한다. 이후 10년간 법무를 경험한 뒤 네이버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로 복귀한다. 그리고 2년 만에 네이버 차기 대표로 발탁된다.
신데렐라 스토리 아닌 알파걸 스토리
최 대표 이력을 보면 도전하고 성취하는 알파걸 자체다. 최 대표에 대한 공통된 평가도 “일 잘하고 사회성도 대단히 밝다”는 것. 그가 14일 취임한 뒤 직원에게 보낸 첫 메일에서는 확고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최 대표는 스스로 ‘네이버 서비스 없이 못 살게 된 이용자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소개하며 “이번 대표 선임은 ‘디지털을 만든 초기 주역들(pioneer)’로부터 ‘디지털 속에서 자란 세대(native)’로의 과감한 배턴 터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세대 네이버로 탈바꿈
최 대표는 직원 메일에서 “이미 최고의 팀을 갖추고 있다”며 성장 잠재력에 확신을 보였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기회와 조직들을 잘 연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조직간 소통과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인재를 발탁하며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하겠다”며 사업부에 힘을 싣는 경영 방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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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제가 새로운 네이버를 이끌어 갈 사람으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네이버가 ‘기술 기업’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네이버의 강점으로 △검색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인터넷 시장의 주요 사업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매우 드문 기업”임을 짚은 뒤 “모든 목표점이 글로벌을 향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전문 리더십’은 대표 내정 이후 여러 사업부서와 미팅을 가지며 강조한 부분이다. 구성원 각자가 모두 자기영역에서 스폐셜리스트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3월 중 대면이 아니어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소통을, 미디어와는 사업 방향 등에 대해 “4월 중 정도에 한 번 인사드릴 것”이라고 공개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