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FC 2019]제조업 FDI 넘어라…"對베트남 투자, 기존 틀 깨야"(종합)

IEFC 경제 세션서 쏟아진 투자 조언
對베트남 제조업 직접투자 방식 편중
'현지기업 구주 취득' M&A 확대 필요
한·베 FTA, 서비스·투자업 더 늘려야
초기 스타트업시장 공략 본격화해야
  • 등록 2019-03-22 오후 6:29:08

    수정 2019-03-22 오후 6:34:16

배용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22일 오전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성장엔진, FDI 유치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하이퐁. 이 도시는 요즘 베트남 주요 산업단지로 명성이 더 높다. 하이퐁 캠퍼스는 한국에도 친숙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부장이 북·미 회담 전 사전 답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뿐만 아니다. LG그룹의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통합생산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대(對)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사례 중 하나다.

‘현지기업 구주 취득’ M&A 확대 필요

“국내 기업들은 주로 현지에 투자 허가를 받고 법인을 설립하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왔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FDI는 증가 추세로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LG디스플레이(1조8000억원)와 LG이노텍(7000억원)의 하이퐁 투자 프로젝트 자문을 맡았던 배용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2일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이데일리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IEFC) 경제 부문 두 번째 세션 연단에 선 배 변호사의 ‘실전 조언’은 베트남 현지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배 변호사는 LG의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 설립, 투자 허가, 투자 인센티브, 인프라 및 토지 사용 계약 등 전반에 걸쳐 자문을 해줬다.

배 변호사는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 허가를 받으려면 사전적으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장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배 변호사가 특히 주목하는 건 현지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 등은 베트남에서 신규 라이선스를 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현지 기업의 구주를 취득하는 M&A 방식이 뜨고 있다는 게 배 변호사의 분석이다. 롯데카드가 현지 테크콤뱅크 자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의 지분을 약 880억원에 100%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카드사가 베트남 현지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취득한 첫 사례다. KB증권도 마리타임증권의 지분 99.4%(약 360억원)를 사들이며 베트남 시장에 발을 들였다. 기존의 제조업 FDI를 확대해 나가되 기존의 틀을 깬 M&A 투자를 늘려야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는 게 배 변호사의 주장으로 읽힌다.

배 변호사와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응우옌 노이 베트남 투자기획부 산하 외국인투자청 부청장도 공감을 표했다. 응우옌 부청장에 따르면 베트남이 지난해 유치한 FDI 프로젝트는 3046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다만 이와 동시에 M&A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은행과 보험, 농업과 식품가공, 인프라 등이 유망 분야”라며 한국 기업의 관심을 당부했다.

최석영 전 제네바 대사가 22일 오전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해 베트남 현지 언론들로 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한·베 FTA, 서비스·투자업 더 늘려야

기존 베트남 경제협력의 틀을 넘어야 한다는 조언은 이날 세션 내내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 나선 최석영 전 제네바 대사의 조언은 정곡을 찔렀다. 그는 “상품 분야에 한정된 한국과 베트남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비스와 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대사는 주미한국대사관 경제공사(2006~2009년),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2010~2012년),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2013~2014년) 등을 역임한 국제교역 전문가다.

한·베 FTA가 발효된 건 지난 2015년 12월 20일. 그 이후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는 큰 폭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으로부터 467억달러어치(2017년 기준) 수입하고 있다. 중국(582억달러)에 이은 2대 수입국이다. 하지만 교역이 특정 분야에 쏠려있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제조업(72%)에 집중돼 있다. 특히 LG의 하이퐁 투자 같은 중간재 제조업이 대다수다. 금융 등 서비스업 투자도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타트업도 ‘핫’한 영역이다. 이종훈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본부장은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세 번째로 큰 스타트업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항상 만날 수 있는 ‘스타트업 타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지의 법적 절차가 미흡해 다들 어려워 한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팜 홍 꾸앗 베트남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기술·기업가정신·상업화 개발처장은 “한국은 아주 좋은 파트너”라며 “베트남 현지는 창업 기회가 많은데 자본 규모가 아주 작아서, 정부도 (초기에 혁신적인 창업이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간 경제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응우옌 쟈 리엠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산하 해외인력관리국 부국장은 “평균 연령 31세의 베트남에는 노동 연령에 5500만명이 있어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며 “반면 한국은 노령화 사회로 인적 교류는 두 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부국장은 그러면서 “한국의 고급 프로젝트에 베트남 인력을 참여시켜 달라”며 “베트남 노동자들의 한국 체류 비자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도 했다.

팜 홍 꾸앗 베트남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기술·기업가정신·상업화 개발처장이 22일 오후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베트남 스타트업 육성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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