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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하이퐁. 이 도시는 요즘 베트남 주요 산업단지로 명성이 더 높다. 하이퐁 캠퍼스는 한국에도 친숙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부장이 북·미 회담 전 사전 답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뿐만 아니다. LG그룹의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통합생산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대(對)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사례 중 하나다.
‘현지기업 구주 취득’ M&A 확대 필요
“국내 기업들은 주로 현지에 투자 허가를 받고 법인을 설립하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왔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FDI는 증가 추세로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LG디스플레이(1조8000억원)와 LG이노텍(7000억원)의 하이퐁 투자 프로젝트 자문을 맡았던 배용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2일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이데일리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IEFC) 경제 부문 두 번째 세션 연단에 선 배 변호사의 ‘실전 조언’은 베트남 현지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배 변호사는 LG의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 설립, 투자 허가, 투자 인센티브, 인프라 및 토지 사용 계약 등 전반에 걸쳐 자문을 해줬다.
배 변호사는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 허가를 받으려면 사전적으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장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배 변호사와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응우옌 노이 베트남 투자기획부 산하 외국인투자청 부청장도 공감을 표했다. 응우옌 부청장에 따르면 베트남이 지난해 유치한 FDI 프로젝트는 3046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다만 이와 동시에 M&A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은행과 보험, 농업과 식품가공, 인프라 등이 유망 분야”라며 한국 기업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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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FTA, 서비스·투자업 더 늘려야
기존 베트남 경제협력의 틀을 넘어야 한다는 조언은 이날 세션 내내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 나선 최석영 전 제네바 대사의 조언은 정곡을 찔렀다. 그는 “상품 분야에 한정된 한국과 베트남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비스와 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대사는 주미한국대사관 경제공사(2006~2009년),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2010~2012년),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2013~2014년) 등을 역임한 국제교역 전문가다.
한·베 FTA가 발효된 건 지난 2015년 12월 20일. 그 이후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는 큰 폭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으로부터 467억달러어치(2017년 기준) 수입하고 있다. 중국(582억달러)에 이은 2대 수입국이다. 하지만 교역이 특정 분야에 쏠려있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제조업(72%)에 집중돼 있다. 특히 LG의 하이퐁 투자 같은 중간재 제조업이 대다수다. 금융 등 서비스업 투자도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팜 홍 꾸앗 베트남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기술·기업가정신·상업화 개발처장은 “한국은 아주 좋은 파트너”라며 “베트남 현지는 창업 기회가 많은데 자본 규모가 아주 작아서, 정부도 (초기에 혁신적인 창업이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간 경제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응우옌 쟈 리엠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산하 해외인력관리국 부국장은 “평균 연령 31세의 베트남에는 노동 연령에 5500만명이 있어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며 “반면 한국은 노령화 사회로 인적 교류는 두 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부국장은 그러면서 “한국의 고급 프로젝트에 베트남 인력을 참여시켜 달라”며 “베트남 노동자들의 한국 체류 비자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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