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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비닐이나 에어캡(뽁뽁이) 등 비닐제품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이 부과된다.
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2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3월 폐비닐 수거거부 사태 이후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들며 비닐 사용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못지않은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업체들의 분담금 증가 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슈퍼마켓 1만 3000곳 비닐봉투 사용 전면 금지
정부가 비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1인당 연간 사용량 414장에 달하는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고 비닐류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방침이다.
우선 전국의 모든 대형마트 2000곳과 슈퍼마켓 1만 1000곳 등 총 1만 3000곳의 비닐 봉투 사용 자체가 원천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돈을 주고는 이용할 수 있었다.
법률상 슈퍼마켓은 매장 면적 165㎡~3,000㎡의 규모를 갖춰 음료 및 식료품, 생활잡화를 판매하는 업소들을 지칭하며, 165㎡ 이하의 소규모 슈퍼와 가게는 이번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자원순환사회연대가 환경부와 일회용봉투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기업형 슈퍼마켓 145곳의 일회용봉투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80%가 비닐 쇼핑백을 제공하지 않는 등 착실히 협약을 이행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비닐 봉투 무상제공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과업계(전국 1만 8000여곳)도 더 이상 비닐 봉투를 무료로 제공할 수 없다. 환경부는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2곳에서만 소비하는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이 2억 3000만장에 달한다”며 “이처럼 제과점은 일회용 봉투를 다량 사용하는 업소임에도 무상제공금지 대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산업체 ‘재활용 분담금’ 늘려 …제품 가격인상 우려
환경부는 △세탁소 비닐 △운송용 에어캡(뽁뽁이) △우산용 비닐 등 비닐봉지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필름 등 비닐 5종을 EPR 품목에 새롭게 추가하기로 했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내는 분담금을 재활용 업체에 지원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EPR 대상 품목이 현행 43개에서 48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폐비닐은 이물질이 다량으로 혼입된 경우가 많아 재활용 업체의 처리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환경부는 개정안과 별도로 비닐 재활용의무생산자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EPR 분담금과 재활용의무율도 상향했다.
환경부는 비닐 재활용 비용 실태조사를 실시해 생산업계 및 재활용업계와 협의한 결과 7월부터 적용되는 비닐의 EPR 분담금을 1kg 당 307원에서 326원으로, 재활용 지원금 단가를 1kg 당 271원에서 293원으로 각각 6.2%, 8.1%씩 상향했다. 이를 통해 폐비닐 재활용업체의 재활용 연간 지원금 규모도 기존 553억원에서 173억원 증가한 726억원 정도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분담금 인상과 재활용의무율 상승 등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오히려 재활용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생산자에게 책임 지우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자신이 낸 분담금이 적절히 쓰이는지를 문제삼는 등 집단 반발이 일어날 우려가 크고,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며 “분담금을 늘려 재활용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도 좋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나서서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분담금 인상이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업체와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과장은 “생산자 조합 등 이해관계 기관들과 공동 연구 용역 조사를 실시한 결과 EPR 분담금 증가와 실제 소비자 가격 추이를 비교했을 때 분담금 인상이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0.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생산자의 부담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어 분담금 인상가를 산정할 때 재활용업계와 생산업계의 목소리를 동등히 반영하려 노력했고 앞으로도 생산업계 책임이 과도하게 부담되지 않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