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사이 대체 차량으로 하이브리드(PHEV·HEV)가 급부상한 상태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수요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가격할인에 나섰지만 전기차보다 여전히 낮은 가격에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에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해 고객을 붙잡는 전략과 함께 가격대를 대폭 낮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해 다시금 판매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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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기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현황은 7만9313대로 전년 동월보다 9.4% 감소했다. 전기차는 지난해 총 12만3772대가 팔리면서 전년(7만1482대)보다 73.2%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증가세가 확 꺾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코로나19 팬트업 수요가 맞물리며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더 이상 수요가 늘지 않고 둔화하는 ‘피크아웃(peak out)’에 맞닥뜨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요 둔화를 더욱 촉발했던 것은 치솟는 물가와 자동차 가격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아 구매자들의 실질 소득이 계속 줄어든 요인이 크다. 여기에 정부 구매보조금은 줄어들어 비용 부담은 더욱 늘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전기승용차의 국고 보조금은 최대 68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0만원 줄어들었고 여기에 추가로 주어지는 각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감소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국고에 지방비를 더한 전기차 총 보조금은 지난해 900만원에서 올해 860만원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수요 반등을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국고보조금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반전카드가 먹히지 않고 있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신차 수요가 줄어들자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 판매가 저조하자 제조사가 자체 가격할인에 들어가면서 중고 전기차 시세를 더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완성차 제조사들은 올 들어 전기차 판매가 저조하자 구매보조금 대상(차값 8500만원 이하) 차량들은 400만~600만원씩 가격을 낮추고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1억원이 넘는 비싼 차량들은 1000만원대 할인행사를 진행중이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전기차값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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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 상황에서 ‘판매 실적 완충재’ 역할을 하자 제조사들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해 충성 고객을 붙잡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가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의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데 이어 기아도 대표 미니밴인 카니발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해 연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신차가 없었던 르노코리아자동차도 내년 하반기에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고 KG모빌리티도 중국의 배터리업체 BYD와 협업해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나섰다.
동시에 가격대를 대폭 낮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해 다시금 수요 반등에 꾀하겠다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전기차 생산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기아도 지난달 전기차 대중화·보편화에 방점을 둔 전기차 컨셉트카를 공개하며 3만5000~5만달러(약 4500만~6500만원)로 가격을 다양화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