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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자 정부가 한시적 가정용 전기료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국민 피해가 확대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언론에서 한시적 인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만해도 불가능하다는 스탠스를 취했던 산업부는 총리와 대통령 지시가 나오자 180도 돌아섰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냐는 점이다. 일단 한국전력의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은 개별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5013억원, 올해 1분기 6219억원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 역시 4000~50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료 한시적 인하로 3분기 실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전의 적자는 단순히 한전 직원 월급이 타격을 입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저소득층 지원 등에 써야할 세금이 다른쪽에 쓰이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전체 전력 수요 중 13.5%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개선해야하는 문제다. 공장이나 상점에서는 전기료 걱정없이 전기를 펑펑 쓰고 있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전기료 폭탄 걱정을 해야한다. 산업용 전기는 원가에도 못미치게 전력을 팔고 있는데, 결국 가정용 전기료로 충당하고 있는 꼴인 게 사실이다.
전기료 개편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다. 그나마 공론화를 통해 전기료 개편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불편한 진실’도 꺼내놓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폭염이 끝나고 불만이 잦아들면 또다시 ‘없던 일’로 끝나는 경우가 반복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