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병철 회장 28주기.. 올해도 모이지 못한 범삼성가

  • 등록 2015-11-19 오후 4:51:06

    수정 2015-11-19 오후 4:51:06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선대회장.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부슬비가 내려 안개가 자욱했던 19일 오전 9시40분께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선영에는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28주기 추도식을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직계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장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사장 등 가족들이 차량이 먼저 도착했다.

뒤를 이어 추도식에 함께 하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의 차량행렬이 보였다. 올해 추도식은 작년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주관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추도식을 두고 재계 안팎의 가장 큰 관심은 범삼성가가 추도식 자리에서 한자리에 모일 것인가였다.

지난 2012년 이건희 회장과 형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상속재산을 두고 큰 싸움을 벌이면서 이 선대회장의 기일을 따로 챙겨왔기 때문이다. 그해부터 범삼성가는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을 기리던 관례를 깨고 가족간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듯 삼성, 신세계, CJ, 한솔 등이 각각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열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화해의 분위기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았다.

지난 8월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일가가 조문을 하며 상속분쟁으로 몇년간 서먹해진 삼성과 CJ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선대회장이 누구보다 가족의 화합을 원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두 그룹 일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일을 맞아 특별한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던 것이다. 이 부회장이 CJ그룹이 주관하는 제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용인 선영을 포함한 에버랜드가 위치한 호암미술관 인근 토지는 이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3년전인 1984년 자신과 8남매, 이들의 자손들까지 합동소유 형태로 매입한 땅이다. 이 선대회장은 세상을 떠난 뒤 형제들간에 발생할 다툼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이 땅을 현 합유자의 후손에게 대대로 상속되는 것으로 한다’는 특약 조항을 명시해 함부로 팔 수 없게 했다. 그만큼 범삼성가의 상징성이 담긴 땅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다툼의 당사자였던 이건희 회장과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부재가 합동 추도식을 하는데 있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맹희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이건희 회장도 와병 중이어서 의중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예년과 다른 행보를 보여 언론과 재계에서 확대, 재해석되며 회자되는 것도 범삼성가 모두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도 오전에는 삼성그룹이, 오후에는 신세계와 한솔그룹이 추모식을 갖고, 이와는 별도로 저녁에는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CJ그룹 주재로 기제사를 지내는 범삼성가의 모습을 이 선대회장은 영정사진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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