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경기)=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앞을 지키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체포와 동시에 경기 과천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몰려들었다. 대규모 인파가 집결해 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한때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인근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당혹스러워하면서 동시에 집회가 장기화를 우려했다.
| 15일 낮 12시쯤 경기 과천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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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12시쯤 공수처가 위치한 경기 과천의 정부과천종합청사 앞 삼거리는 태극기와 ‘부정선거 수사’ 등 손팻말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밤샘 농성 후 지하철 등을 이용해 과천으로 모여든 인원이었다. 갑작스럽게 많은 인파가 몰리자 공수처로 향하는 지하철역인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안팎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지지자들은 지하철역에서부터 “공수처 폐지” “오동운 체포” 등을 외치며 청사를 향해 이동했다.
청사 앞 빈 공터에 속속 도착한 지지자들은 이어 청사 정문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몰려든 사람들이 청사 앞 삼거리 도로를 완전히 점령하며 차량 20여 대는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가야 했다. 경찰은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어 이들을 제지했고, 집회 신고가 된 지역으로 이동해달라고 수차례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 무리 속에서 만난 60대 여성 안모씨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대통령 윤석열”을 외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부터 한남동 집회에 참석했다는 안씨는 “우리 대통령님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며 “경찰도 국민인데 어떻게 대통령을 잡아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모(53)씨도 “공수처를 당장 없애야 하고, 공수처장이야말로 체포돼야 한다”며 “경찰은 왜 우리를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이 모이자 오후 2시부터 한남동에서 집회를 주도해왔던 신자유연대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는 ‘과천 공수처 앞 국민저항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이 집회에 2만여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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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벌어진 집회에 인근 주민들과 직장인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점심시간 커피를 들고 시위대를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은 현장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시위 장소 맞은편 건물에서 일한다는 직장인 김한솔(33)씨는 “일하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구경하러 왔다”면서도 “원래 작은 집회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큰 집회가 앞으로 길어지면 시끄러워서 피곤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대로부터 400m쯤 거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21)씨도 “한남동에서 밤새 집회하던데 여기서도 밤 새면 어떡하느냐”며 “어쩌다가 여기로 오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 40대 직장인 A씨는 “이제 사람들 때문에 도로도 가로막히고 지하철에 사람도 더 넘칠 텐데 출퇴근길은 더 고역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오전 4시 6분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팀이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하며 윤 대통령 체포 영장 2차 집행을 시작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은 약 6시간 30분 만인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호차량을 타고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와 오전 10시 53분쯤 과천의 공수처 청사로 들어갔다. 공수처는 오전 11시부터 윤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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