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이은정 기자] 익숙한 악재에 시장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이 이어진 여파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에 대한 신호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는 3거래일 만에 강세를 나타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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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7포인트(0.88%) 하락한 2735.03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700원(1.01%) 떨어진 6만85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주가이며, 지난해 10월13일 기록한 52주 최저가(6만8300원)보다 불과 200원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는 9.34포인트(0.98%) 내린 943.13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848억원, 565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12.70원) 대비 5.60원 상승한 1218.3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 1221.9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채 금리는 뛰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2.879%)보다 6.2bp 오른 2.941%에 최종 호가됐다. 2013년 12월 13일(2.9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을 흔든 건 연준 ‘2인자’로 불리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대한 의사록 공개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한 토론회에서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면서 빠른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한 컨퍼런스에서 사회에 부담을 주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시장은 연준이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예상된 재료인데도 시장이 흔들린 것은 브레이너드 부의장과 데일리 총재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다. 이들이 매파로 돌아설 만큼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심각하고,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미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경제·자산배분 연구원은 “미국 수요 둔화, 금리 인상 부담, 외국인 매도 압박, 자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베어마켓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술주는 평균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장단기 실적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은 긍정적일 수 있어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