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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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8년간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공적 자금 수혈로 버텨온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정부가 뒤늦게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구조조정의 대(大)원칙을 지키기로 해서다. 최근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지 않고선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금호타이어 노조 등에 ‘배수의 진’을 친 산업은행과 같은 근본적인 해법을 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동조선의 부실화 과정이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갖는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8년간 자금 수혈에도…성동조선 법정관리로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해 12월 28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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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이 주도한 성동조선 구조조정은 추가 지원과 재부실의 악순환이었다. 성동조선 최대 주주인 수은(지분율 67%)이 이 회사에 본격적으로 발 들인 것은 지난 2009년이다. 당시 김동수 행장은 은행 덩치를 키우기 위해 조선·해운 기업 직접 대출을 대폭 늘렸다. 뒤탈은 후임 김용환 행장 때 났다. 글로벌 조선 경기 불황의 그늘이 국내 조선사를 덮친 것이다. STX조선과 STX팬오션을 중심으로 한 STX그룹이 해체됐다. 성동조선을 포함한 중소 조선사 위기도 심각해졌다.
정부의 선택은 일단 위기를 모면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수은 등 채권은행은 2010년 4월 성동조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맺고 추가 지원에 나섰다. 수은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4개 채권 금융기관은 자율협약 체결 후 3차례에 걸쳐 성동조선에 빌려준 돈 1조4000억원가량을 이 회사 주식으로 돌리는 식으로 자금을 수혈해 줬다. 2014년 1·2차로 나눠 1조3165억원을, 2016년에는 723억원을 출자 전환한 것이다. 이외 4개 금융기관이 성동조선에 대출해줬다가 받지 못한 돈도 2016년 말 기준 2조4434억원(잔액 기준)에 이른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고도 성동조선은 정상화하지 못했다. 성동조선 등 조선사 부실로 이덕훈 행장 재임 당시인 2016년 상반기 수은은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9400억원 규모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그해 수은은 자본 확충을 위해 정부로부터 거꾸로 1조200억원을 현금 출자받는 신세가 됐다. 수은의 여신 확대와 기업 회생 실패가 세금 수혈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 3월 취임한 최종구 행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과 넉 달 만에 금융위원장에 낙점돼 수은을 떠났다. 결국 성동조선은 행장 4명이 8년여간 ‘폭탄 돌리기’를 한 끝에 현 은성수 행장에게 넘어간 것이다.
“민간 중심 구조조정 산업 육성해야”수은 내부에도 반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애초 경험도 없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얘기다. 성동조선의 경우 신속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 회생 가능성이 지금보다 컸으리라는 내부 아쉬움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적 기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단순 역량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외부 압력이 작용하는 등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면서 “공적 기관을 통한 구조조정을 접고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