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임박…英기업들의 걱정거리는?

英기업들, 협상 추이에 촉각…정부에 '위시리스트' 촉구
관세·공급체인 붕괴·노동력 손실 등 우려
  • 등록 2017-03-28 오후 5:21:59

    수정 2017-03-28 오후 5:21:59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이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발동하고 27개 EU회원국에 EU 탈퇴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협상은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영국 기업들은 기업 이익과 직결돼 있는 만큼, 협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기업 임원, 로비스트, 애널리스트들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각 분야별로 우려되는 사안들을 정리했다. 주요 관심거리는 관세, 공급체인 붕괴, 노동력 손실 등이었다.

헬스케어

EU의 자금지원이 중단되면 영국 대학들과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영국과 EU 의약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영국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대형 제약업체는 EU 과학자들이 영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이민법을 요구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또 영국 시장만으로는 너무 작기 때문에 신약을 출시했을 때 영국과 EU 양측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

브렉시트 이후 영국 영화와 TV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영국 방송사들은 영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기존처럼 EU산(産)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길 원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민영방송사인 ITV는 주수익원인 광고가 가장 걱정이다. 관세가 높아지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 광고주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여서다.

통신

영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더 많은 전화요금을 낼 수 있다. EU는 올해 6월 로밍 요금을 폐지할 예정이다. 또 EU 노동자들의 이동이 제한되면 BT와 같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케이블 설치 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데이터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없애는 것도 문제다. 정보 보안 및 보호에 있어 EU집행위원회가 영국을 동등한 체제로 인정해 줘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테크놀로지

영국의 첨단 기업들은 EU의 숙련 근로자들을 잃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로비그룹 테크UK에 따르면 기술 분야의 신규 고용자 6명 중 1명은 다른 나라 출신이다. 지난 해 영국 정부는 기술 비자 허용 인원을 20% 증가한 250명으로 늘리고, 숙련 기술자들에게 패스트트랙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숙련 근로자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1만여명의 증원을 약속한 알파벳, 구글, 아마존닷컴을 제외하면 기업들은 향후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U는 디지털 단일시장과 관련해 영국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 논의 중이다.

농업

EU는 영국 농산물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관세가 적용되면 육류 및 곡물 수출의 40%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민법도 문제다. 영국 농민들은 2015년 2만2000명을 고용했는데 이는 전체 농업 인구의 20%에 해당된다. 영국 농민연합은 계절 근로자를 위한 특별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로비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보조금 문제, 자유무역협상(FTA)에 따른 생산기준 약화 등이 농민들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은행들에게 있어 최우선 과제는 2년 간의 협상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가능한 오랜 기간 EU 단일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유지·확보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또 소위 ‘패스포팅 권한(EU 역내에서 국경에 상관없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더라도 런던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해외 전문 인력에 대한 접근·영입 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자동차

자동차 업체들은 브렉시트 이후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PA컨설팅은 영국의 자동차 가격이 평균 2300파운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럽 대륙과의 부품 수입·수출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BMW와 도요타 등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무관세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닛산의 경우 1억파운드의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공

영국과 EU 회원국 간의 비행도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 영국 항공사들은 EU 내 특정 국가에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 항공사인 이지젯은 자회사를 설립해 인증서를 발급받을 계획이다. 더블린에 소재한 EU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경우 영국에서 국내선을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협정)에 대한 영국의 접근 권한은 브렉시트 협상이 끝난 뒤 재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EU가 역외 항공사 투자에 대해선 49%의 상한선을 두고 있어서 인수·합병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류

물류 회사들에겐 선적 작업에서 더 많은 업무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운송 인력의 20%가 외국인이라는 점은 인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지금보다 국경 간 통제가 강화되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잠재적으로는 배달 지연 등의 위험이 있다.

소매업

영국은 식량의 절반 정도를 수입한다. 유제품과 과자 제품에 대한 관세는 최대 30%다. 이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파운드화 약세는 이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소매 업체들은 소비자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경쟁이 치열해 일부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 업계의 경우 지적재산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해외 판매가 주요 수익원인 고급 브랜드들은 오히려 파운드화 약세로 혜택을 얻고 있다.

음식 및 음료

영국 내 카페, 술집, 레스토랑 및 호텔 등은 인력 부족 및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컨설팅업체 머서에 따르면 호텔 인력의 33%는 외국인으로 조사됐다. 관세로 인해 커피와 식료품 등 원료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 파운드화 약세가 관광객 급증에는 기여했으나 자유무역 제한에 따른 성장률 위협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식품업계와 음료업계는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 업계 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무관세 및 규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

영국 왕립서베이어협회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17만6500명 중 약 8%가 EU 국가 출신이다. 런던의 경우 4분의 1이 해외 노동자여서 브렉시트 이후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건설 자재가 EU에서 수입되고 있는데다 파운드화 하락 및 관세부과는 건설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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