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대 2조5000억원을 넘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비용 부담 때문이다. IB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인수비용을 낮추더라도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싼 몸값’ 때문에 현재 인수·합병(M&A) 시장 상황과 항공업황 등을 고려하면 ‘인수 유인’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분리매각’ 또는 ‘일부 매각’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싼 몸값’…분리매각 가능성 꾸준히 제기돼
10일 금융당국과 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4월 말부터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 잠재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현재 매각 자문사인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매도자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실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IM을 배포한 뒤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입찰공고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잠재 인수 후보 가운데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만이 인수 의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는 한화와 롯데, CJ, SK 등 대기업들은 여전히 인수전 참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2조~2조5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가격이 인수후보군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항공업황이 호조고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면 기업들이 기꺼이 비용을 내겠지만 업황자체도 그리 좋지 않아 채권단 주도의 ‘통매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입찰 흥행을 위해서는 ‘통매각’이 아닌 주요 계열사 일부 분리 매각이나 아시아나항공만 따로 떼 몸집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매각 구조가 구주매각과 신주발행을 병행하다 보니 금호그룹으로서는 최대한 비싼 값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매각기한이 길어지면 산은 등 채권단이 구주매각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채권단이 대리권을 행사하면 매각 과정에서 구주에 대한 차등 감자를 하고 매각 시 유상 신주 비율을 높여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애경그룹 적극 구애…채권단, 손잡아줄까
현재 애경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애경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대형 사모펀드(PEF)를 포함해 애경그룹과 전략적 관계에 있는 다수의 국내외 기업과 IB 등에도 FI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국내외 PEF와 대다수 접촉하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FI가 애경그룹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를 모두 포함해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기존 방침에 변함없음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항공산업이 독점산업인 만큼 재무건전성과 함께 외부 평판을 따져야 하는데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이 필요해 마땅한 인수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는 후보라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애경그룹이 얼마나 치밀하게 인수전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승리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방침이 통매각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게 우선 협상대상자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라며 “애경그룹은 재무여력이나 인수 후 부담은 둘째 치더라도 통매각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만큼 채권단의 선택을 받을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