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미정상회담 관련 실무협의에서 양측이 탄도미사일 문제도 비중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담판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의 폐기 범위가 어떻게 결론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입장에선 핵물질과 핵탄두 자체 보다는 미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탄도미사일이 더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범위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과거핵과 현재핵, 미래핵 뿐만 아니라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포함된다. 과거핵은 이미 완성한 핵무기를 의미하고, 현재핵은 핵물질 생산 등 현재 진행 중인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이다. 미래핵은 향후 핵무기 개발과 고도화를 위한 핵·미사일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남한을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500km)과 일본을 겨냥한 노동(1300km) 및 스커드-ER(1000km), 괌을 겨냥한 무수단(3500~4000km) 및 화성-12형(4500~5000km),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는 화성-14형(8000~1만km)과 화성-15형(1만3000km) 등 다양하다. 이중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15형과 화성-14형은 폐기하겠다고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 화성-15형은 미 동부 워싱턴까지, 화성-14형은 알래스카 및 하와이가 사정권이다. 체제안전보장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CVID 초기 조치로 이들 탄도미사일의 해체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지난 해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현장에서 발사대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동식 발사차량(TEL) 바퀴에는 화염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갑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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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화성-12형의 포함 여부다. 거리상으로 미 본토가 아닌 괌까지 도달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화성-14형이나 15형 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이미 실전배치 된 것으로 보여 북한이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은 화성-12형 시험발사 당시 일본 열도 위를 넘어가도록 쐈다. 일본이 폐기 대상에 화성-12형 등 모든 탄도미사일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바 있다.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시험발사 횟수는 각각 2번과 1번이다. 우리 군 당국은 이들 탄도미사일에 대해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 단계 정밀유도, 탄두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검증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북한은 지난 해 화성-12형을 통해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구체적인 작전계획까지 공개한바 있다. 그만큼 자랑할 만한 성능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화성-12형 첫 발사 때인 지난 해 5월 14일 당시 ‘시험발사’라고 했었지만, 8월 30일에는 ‘발사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실전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IRBM급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은 ICBM 보다 상대적으로 속도도 느리고 비행고도가 낮다. 재진입체 기술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해 국방연구원은 ‘화성12형을 통해 본 북한의 ICBM 개발 전망’ 보고서를 통해 “IRBM의 재진입체에 가해지는 최대 상승 온도는 ICBM 보다 낮은 3000~4000℃ 정도로, 북한이 화학적 삭마 현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재료로 화성-12의 탄두를 보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바 있다.